엷어질 수 없는 사람아
곧 사라질 걸 안다 해서
지울 수 없는 사람아
빛을 잃었기에 더 아련하게
사무치는 사람아
어쩌다 먼 길 돌아와
흰 이슬 가을바람 서성이는 내 방문 앞 추녀 끝에
창백한 얼굴로 떴다가
나도 안 보고 가시려는가
감상) 겨울 아침에 빨래를 널면 금방 얼어붙어 그 하늘거리던 옷이 얼음벽이 되곤 했다. 언 손끝을 부벼 가며 빨래를 널던 엄마의 그 안쓰러운 옆모습이 그리운 아침이다. 나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쪽햇살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안쓰러운 엄마도 같이 마신다. (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