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뼈들의 과거를 읽는다. 한때는 사랑이나 환멸이었을 그 뼈들이 이렇게 또 반짝이며 부서진다. 나의 뼈는 고개를 넘고 물살을 헤치고 어디쯤 나아갈까. 쓸쓸할 테지. 아무 기억도 남지 않았을 테고.
저 잔인하게 벌어진 땅의 틈새로 어이없이 처박힌 뼈들의 과거.
감상) 얼어터지거나 갈라터진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하얀 반창고를 손끝마다 붙이고 그녀는 국수를 삶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너덜거리는 반창고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그녀가 국수를 찬물에 비벼 씻을 때 반창고로 가려진 갈라진 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벌어진 틈새에 쌓여버린 나날로 다시는 처음처럼 붙지 못할 것만 같은 그녀의 땅.(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