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침대에서 새벽잠의 단맛에 취해있을 때 갑자기 침대가 날아갈 듯이 들 까불고 있었다. 지축이 우르릉거리기도 했다. 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실로 뛰어나왔다. 5초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제법 한참 동안이나 되는 듯이 오랫동안 지축이 흔들렸다. 11일 오전 5시 3분 3초께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규모 5.8)의 여진은 규모 2.0 이상만도 600회가 넘었고,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의 여진은 90회가 넘는다. 여진이라지만 지진의 규모만 다를 뿐 똑같은 지축의 흔들림이다. 언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

지진이라면 누구나 으레 일본을 떠올린다. 워낙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데다 그만큼 방재가 잘 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어지간한 지진이 아닌 한 피해가 크지 않다. 일본은 2016년 4월 14일 규슈 구마모토 첫 지진(규모 6.5)이 일어났고, 이후 규모 5.8의 지진과 그보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 이어졌다. 더 큰 지진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새벽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 방재시스템이 잘 돼 있는 일본이지만 이날 지진의 직접 원인으로 50명이 숨졌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첫 번째 지진이 본진인가, 두 번째 것이 본진인가 하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일본기상청은 본진 뒤에 여진이 일어난다는 그때까지의 통념을 폐기했다. 언제든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본진이니 여진이니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여진이라는 표현은 보다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만큼 지진에 대한 대비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경주 지진 이후 재난정보시스템을 정비해 지난해 포항지진 때는 상당히 빨리 전파했는데 그새 느슨해졌는지 재난정보 문자가 지진이 난 지 7분이 지난 뒤에야 전달됐다.

포항의 규모 4.6의 지진은 시사점이 크다. 언제든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상적 공포심을 갖게 한다. 우리도 ‘여진’이란 말을 버리고 더 적극적으로 지진에 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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