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편에 슬그머니 폐지
국제 대회 위상 위해 존치돼야

▲ 이창호(사)대구마라톤협회 회장
2018년 대구 국제마라톤대회 접수가 시작되어 대회 개요를 보고 육상의 도시를 자처하며 매년 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대회에 마스터즈가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의 꽃인 풀 코스 42.195㎞를 완전히 폐지해버렸다는 것에 적지 아니하게 놀랐다.

대구에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하던 2001년 당시에는 마라톤에 대한 주민의 호응도 좋았고 운전자들도 통제구간을 피해 골목길로 우회해서 가는 등 큰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신천동로를 포함한 풀 코스가 생겨났으며, 대회가 정착되고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로 마라톤 붐도 일었다. 2009년에는 국제대회로 승격되었으나 교통 불편을 이유로 해마다 코스가 바뀌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한번은 대구스타디움에서 대서로를 따라 용산역까지 갔다가 서부정류장을 거쳐 대구스타디움으로 골인하는 코스에서 대회가 치러졌다. 마지막 주자가 지나고 나면 교통통제를 해제하였으므로 풀 코스를 뛰면서도 교통에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회 후 불편을 호소하는 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결혼식장에 늦게 도착한 혼주, 제시간에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사연 등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주민에게 얼마나 큰 불편을 주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구마라톤대회는 코스를 변경하면서까지 풀 코스를 이어갔으며, 2011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국제육상연맹으로부터 국제육상도시로 지정되고 국내 유일의 실버라벨 대회라는 고품격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마라톤의 꽃인 마스터즈 풀 코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시민의 교통 불편 때문이라고 하니 마라톤을 사랑하고 대구를 아끼는 한 시민으로 안타까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마라톤은 원래 풀 코스를 말한다. 마스터즈 풀 코스가 없는 국제마라톤대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위에는 보스턴, 런던, 도쿄 등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마니아들이 많다. 우리도 서울 동아, 서울 중앙, 춘천 등 메이저대회를 비롯하여 가까운 경주에서도 봄엔 벚꽃 마라톤대회와 가을에는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풀 코스 종목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 대회 역시 처음부터 순탄하게 열리지는 않았다.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면서 뜯어고치고 기워가며, 대회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지역 스포츠축제로 승화시켰다.

대구의 국제마라톤대회 위상을 위해서라도 마스터즈 풀 코스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