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도와줘 고마울 뿐입니더"

13일 포항시 북구 흥해체육관에서 취재 중 만난 이 모(76·여)씨가 본보 기자에게 새해 선물로 작은 귤 하나를 건내고 있다.
“포항에 다리 뻗을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다는 게 어딥니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식들과 이들을 맞이하는 부모들 모두 설레는 가슴을 안고 진짜 ‘새해’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간만의 연휴가 반가운 기색이 연연하지만, 근 세 달째 이재민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에게는 이러한 기쁜 소식이 닿지 않는 기색이다.

지난 11일의 규모 4.6의 지진 발생으로 철거 예정이었던 이재민 대피소는 운영기간을 늘리게 됐으며, 이재민의 수 또한 기존 57세대 100여 명에서 196세대 400여 명으로 4배 가량 늘었다.

13일 오전 10시, 포항시 북구 흥해체육관에서 만난 이 모(76·여) 씨도 신년을 이곳에서 보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포항 강진 이후 3개월여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씨의 얼굴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여진의 지진동만 느껴도 심장이 마구 뛰고 어지럼증으로 고생하던 이 씨는 최근 아들의 권유로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오기도 했다.

이 씨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들네 잠깐 신세를 질까 하다가도 혹시나 가족에게 부담스럽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이내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며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고민을 나눌 친구들도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대피소 생활을 이어오던 이 씨는 “몸도 마음도 불편한 상황의 연속 이지만 주민들과 함께 헤쳐나간다는 마음으로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하는 마음 또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진을 겪고 이재민 생활을 하며 힘든 점도 많지만 새삼스레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긍정적으로 설을 맞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많은 기업체와 기관 등이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부터 의약품과 심리상담지원까지 도움을 주고 있어 이재민들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는 설 연휴를 반납하고 이재민을 계속 도울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설 명절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이재민들이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떠나려는 기자에게 이 씨는 텐트에서 귤 하나를 꺼내와 슬쩍 내밀었다.

이 씨의 얼굴에 넉넉한 인심이 보이는 웃음꽃이 피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소, 우리도 새해 복 많이 받겠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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