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지난해 연말 흥미롭고 관심을 끌만 한 통계 하나가 나왔다.

대구경북흥사단이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시민의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가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자신 평가’는 78점이지만 응답자가 시민을 평가하는 ‘시민평가’는 64점으로 나타났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시민에 대한 평가보다는 높게 나타나, 타인을 향한 평가에서는 인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시민의식 4대 실천 분야인 친절, 질서, 청결, 배려에서 분석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 평가에서는 청결 81점, 배려 78점, 질서 78점, 친절 75점 순이었다. 시민평가에서는 친절 66점, 청결 64점, 질서 64점, 배려 63점이었다. 자신은 타인보다 훨씬 더 배려심과 질서가 있으며,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타인에 대한 질서와 배려심은 낙제 수준을 겨우 넘었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 보면 시민의식이 높은 분야로는 주인의식(49.5%), 질서의식(14.2%), 친절성(11.1%), 청결성(10.7%), 법규준수(8.4%), 타인 배려(6.0%)의 순으로 조사됐다. 타 시·도에 비해 법규 준수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모자랐다. 자신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상대에게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이야기다. 마치 나를 보고 한 평가 같아서 가슴이 뜨끔했다.

6·13 전국동시 지방 선거를 향해 지난 1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선거판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상대편을 인정하고 배려해 주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벌써 마타도어(흑색선전) 성 상대편 흠집 내기용 선거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혹자는 너무 많은 선거가 나라를 갈라놓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대선,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을 포함해 새마을 금고, 농협 조합장, 심지어 마을 이장에 이르기까지 투표를 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후보들이 내 편, 네 편으로 나누어 진흙탕 싸움을 한다. 동네 혹은 성(性)씨끼리, 집성촌마다 민심이 찢어져 원수가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지방 중소도시 읍면동과 자연부락으로 갈수록 더 심각 해 진다.

이런 와중에 신선한 이야기가 들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이 현 대구시장을 칭찬해 화제가 됐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이달 초순 권 시장의 소탈한 풍모를 보고 평소 동경해 왔다며 추켜 세웠다.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도 “지칠 줄 모르는 정력적인 시정활동으로 그동안 대구를 잘 이끌어왔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들 여당 대구시장 후보는 여당의 합리적 진보 후보와 대구경제 살리기 정책 대결을 제안하고 선거 결과를 떠나 적극 협치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세상이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나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대구경북흥사단의 문화시민의식조사를 오는 6·13선거와 연계해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조금이라도 시민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선거, 정정당당한 정책 대결로 치열한 싸움을 했으면 한다. 경쟁하는 모든 후보자가 시민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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