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에 걸쳐 줄지어 있는 웅장한 육각의 돌기둥 ‘절경’

부채꼴 주상절리
경주 일대에는 약 1억3500만 년 전에서 약 6500만 년 전(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과 화성암, 그리고 약 6500만 년 전에서 약 260만 년 전(신생대 제3기)의 퇴적암과 화성암이 한반도에서는 드물게 분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남 주상절리와 남산 화강암, 골굴암 타포니 등 3곳이 경북 도내에서 3번째이며, 국내 9번째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아 지질명소로 관리된다.

경주시는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계기로 세계적인 자연유산과 함께 역사·문화적인 명소가 넘치는 경주지역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향후 지질공원 자문위원회 구성과 운영조례 제정 등 체계적이 지질공원 운영관리에 철저를 기해 우수한 지질유산자원을 보전하고 교육·관광자원을 확대하는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주상절리 조망타워
△ 양남 주상절리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하며, 동해안을 따라 발달한 주상절리들의 발달규모 및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받아 2012년 9월 25일 천연기념물 제 536호로 지정됐다.

오랫동안 군부대의 해안 작전지역으로 공개되지 못하다가 2009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그 기묘한 자태를 드러냈다.

주상절리는 주로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에서 형성되는 육각기둥 모양의 돌기둥을 의미한다.

주상절리 명소로 유명한 제주도 중문 주상절리나 광주의 무등산 주상절리는 위로 솟은 주상절리이나, 이 곳 양남 주상절리군을 이루는 주상절리들은 1.7 km 정도의 짧은 해안 사이에 부채꼴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등 다양한 모양을 가지는 주상절리들이 모여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둥글게 펼쳐진 형태의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이며, 이들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바 없어 많은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주의 동해안은 신생대말 현무암질 용암이 광범위하게 분출된 지역이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다각형 기둥(주상절리)은 수직으로 발달하는게 일반적인데, 이곳 양남 주상절리는 기울어지거나 수평으로 누워 있거나 부채꼴 등 독특한 모양이다.

양남주상절리군을 이루는 현무암은 한반도와 붙어있던 일본이 잡아당기는 힘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가 형성됐을 때 만들어졌다.

잡아당기는 힘은 양남주상절리군 일대에도 영향을 줘 땅이 벌어지게 됐고, 벌어진 틈으로 땅 속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솟아오르면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현무암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양남주상절리군은 주상절리 자체뿐만 아니라 동해가 만들어질 당시 환경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

현재 양남 주상절리는 주중에 하루2000명, 주말에는 3만명에 달하는 등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최고의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다.

특히 최근에는 역사문화유적과 연계한 사계절 해양복합공간 조성을 위해 4층 규모의 전망대를 개관했으며, 관람객 편의시설의 갖춘 조망공원도 조성했다.

경주시는 주상절리 전망대 내에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거점센터를 유치하고, 지질 해설사가 상주하면서 주상절리의 지질학적 우수성을 한층 더 자세하게 홍보할 방침이다.

또한 향후 첨단 미디어 컨텐츠를 이용한 전시 관람 시설을 설치하고,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 등 세계를 대상으로 양남주상절리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남산 칠불암 마애석불
△ 남산 화강암

경주시 남쪽에 위치한 남산은 남북으로 약 8km, 동서로 약 4km 지름을 가진 타원형의 화강암 바위산이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을 중심으로 조상들이 남긴 수많은 문화유산과 다양한 지질경관들이 공존하고 있다.

남산은 한국에서 가장 젊은 편에 속하는 신생대 제3기의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화강암은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서서히 식으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암석이다.

화강암은 석재로 흔히 쓰이는 대리암이나 석회암에 비해 단단하고 비와 바람에 잘 깎여나가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남산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잘 보존된 것은 화강암의 이러한 특성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남산 신선암 일출
그 뿐만 아니라 남산 화강암은 신라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손꼽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들 때도 쓰였기 때문에 신라인들이 남산 화강암을 문화재의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바위절벽을 이용해 남산 문화재 중 으뜸으로 꼽히는 마애삼존불좌상, 선각여래좌상, 마애석가여래좌상과 같은 불상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바위 절벽은 남산 화강암에 흔히 잘 발달하는 수직 틈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다른 화강암들보다 남산에 분포하는 화강암이 특히 수직 틈을 많이 가지는 이유는 아주 오래 전 이 지역에 단층활동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암석이 힘을 받아 깨진 틈을 단열이라고 부르는데, 남산의 화강암에는 약 51만 년 전에 있었던 강력한 단층활동에 의해 생긴 단열들이 존재한다.

남산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절터는 112곳이며 탑은 61기이고 불상은 80체를 헤아린다.

남산 불상 중에는 입체로 된 것이 29체이고 바위면에 새긴 마애불상이 51체이다.

큰 것은 10m 가량 되는 것도 있지만 보통 4~5m 되는 것이 많으며, 작은 것은 1m 정도 되는 것도 있다.

노천 박물관이라 불리는 남산에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탄생한 나정과 신라의 종막을 내린 포석정도 있다.

그 외에 왕릉들도 여러 군데에 있어 이 산을 신라 역사와 유적의 산이라 부른다.

골굴사 타포니
△ 골굴암 타포니

골굴암은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석굴사원으로, 6세기 무렵 인도에서 온 광유선인 일행이 이곳에 있던 자연굴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굴암 일대에 분포하는 안산암질 응회암은 한반도와 붙어있던 일본이 잡아당기는 힘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가 형성됐을 때 만들어졌다.

잡아당기는 힘은 골굴암 일대에 영향을 줘 땅이 벌어지게 됐고, 벌어진 틈에 주변에 있던 화산퇴적물이 쌓이면서 안산암질 응회암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암석은 비바람에 비교적 약해서 보다 쉽게 깎여 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암석이 비바람에 깎여나갈 때 암석에 포함된 크고 작은 암석덩어리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수많은 구멍들을 만들었고, 이 구멍들은 신생대 제 4기의 간빙기와 빙하기가 교차하던 시기에 점점 더 커지게 됐다.

이러한 구멍들이 다수 발달한 것을 타포니라고 부른다.

골굴암은 이러한 타포니 동굴을 다듬어서 석실을 만들고 불상을 배치한 석굴이다.

이는 단단한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특이하며, 여기서 신라인들이 암석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골굴암 타포니 석실 내부
▲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이렇듯 골굴암은 자연적으로 발달된 타포니와 신라인들의 불교문화가 조화를 이룬 가치 있는 명소이다.

현재 골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본사 불국사의 말사로 등록돼 있으며, 주불인 마애여래좌상(보물 제581호)이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조성돼 있다.

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관음굴, 지장굴, 약사굴, 나한굴, 신중단, 칠성단, 산신당 등의 굴법당과 더불어 남근바위, 여궁 등의 민간 전례신앙의 흔적까지 있어 한국적인 석굴사원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 골굴사에는 불가의 전통 수행법인 선무도 수련원이 개설돼 내국인은 물론 수많은 외국인들이 전통의 불교무예를 배우는 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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