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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3·15’는 나름 의미가 있는 날이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마산 시민의 시위가 벌어진 기념일. 서양인에겐 각별한 하루로 꼽힌다. 로마 제국 최고의 지도자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비극의 월일인 까닭이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4권과 5권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다. 삼국지연의처럼 서푼의 사실에 덧붙인 소설이 아니라 기본 사료에 근거한 역사 평설. 만나 뵙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문무겸전한 전략가이자, 탁월한 필력이 발휘된 서사시 ‘갈리아 전쟁기’를 저술한 문장가이다.

오늘날 서유럽 지역인 갈리아를 평정한 카이사르는 기원전 44년 그날 원로원 회의에 참석했다가 반대파 의원들에게 살해됐다. ‘브루투스 너마저도’ 외마디 비명을 남긴 참변이다. 사흘 후에 거행된 장례식. 시신을 태우는 불길이 잦아들 무렵 폭우가 쏟아졌고, 유해를 쓸어 담을 겨를도 없이 빗물에 씻겨 소실됐다. 카이사르는 무덤이 없다. 극적인 최후만큼이나 안타까운 사후의 운명이다.

세계 음료 시장을 양분하는 커피와 차는 색다른 뉘앙스가 숨었다. 커피는 뭔가 일의 속도를 올리고 싶을 경우 마시나, 차는 한숨 돌려 쉬고 싶을 때에 음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영어의 단어도 다르다. 커피 마시는 시간을 ‘Coffee Break’라고 칭하고 차 마시는 시간을 ‘Teatime’이라 부른다. 흔히 쓰는 ‘커피 타임’은 콩글리시.

에티오피아 고원이 원산지인 커피는 유럽에 처음 들어왔을 때 악마의 음료로 불렸다. 마치 인도에서 발명된 숫자가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서양에 전해지자, 아랍인이 사용하는 악마의 기호라며 도입을 꺼린 것과 유사하다.

커피는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사교적 매개로 인기를 끌면서 자유민 사이에 널리 퍼졌다. 17세기 당시 영국은 술에 취한 노동자가 많았다. 식수원인 강물이 오염돼 물을 탄 에일 맥주를 상용했고, 당연히 약간씩 혹은 상당히 음주한 상태에서 일했다. 사고도 자주 생겼다. 한데 알코올이 커피로 바뀌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각성 효과로 업무 능률이 상승한 것이다.

초창기 커피는 만병통치약인 양 선전을 하였다. 설탕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라 검고 걸쭉한 터키 음료를 맛본 손님들 촌평이 재밌다. 뒷맛은 괜찮으나 방귀가 잦다. 냄새가 오래된 신발 같다. 진흙과 똥으로 비유한 이들도 있다.

여성들은 커피하우스를 싫어했다. 매춘부로 오해받을까 출입을 꺼렸다고 한다. 1674년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 탄원서’가 발행됐다. 남편을 거세시키고 멋진 신사를 불구로 만든다는 요지. 그러자 ‘여성들 탄원에 대한 남성들 답변’이 발표됐다. 커피는 발기를 박력 있게, 사정을 많게 한다고.

카페는 90년대 초반 대학가 위주로 유행하다가 어엿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노트북을 펼치고 혹은 독서를 하면서 죽치고 앉아 있는 청춘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내 마음의 동네 카페가 하나 있다. 작년 이맘때 오픈한 애들 또래 젊은 부부의 창업. 장식을 꾸미는 그때부터 손님이 얼마나 오는지 눈여겨본다.

개업일 아내와 함께 들러서 카푸치노를 나눴고 초파일 얻은 공양 떡을 주기도 했다. 불 밝힌 실내에 주인만 앉아서 각자의 핸드폰에 고개 숙인 정적은 왠지 안쓰러웠다. ‘커피가 좋아 카페를 하니 행복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저어기 부럽기도 하다. 삶에 쫓겨 살아온 나날이라 그렇다. 번창을 바라는 간절한 맘으로 성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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