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항구 일요일 새벽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게 내리던 눈이
구름을 넘어오는 햇빛에 기대며
하나 둘 흩날릴 때

나 몇 살이었을까

짓무른 과일을 시장 구석에서
골라 버리던 아내는

몇 살이었을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이제 다 큰 딸에게 그때 너 몇 살이었니
물어도 딸은 웃기만 하네

연어 뼈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아프리카
친구들 틈에서 연어 뼈 요리를
궁금해 하면서 맞던 눈송이들 몇 개였을까 (후략)





감상) 친구 몇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로 했다고 했다. 첫 수확이라며 동기생들에게 나눠주던 쌀. 그 한 톨 한 톨을 나는 셀 듯이 오랫동안 나누어 먹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들처럼 소매 걷어붙이고 바짓가랑이 걷어 올리고 슬리퍼 질질 끌며 동네 방죽을 걷고 싶다. 그들처럼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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