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파키스탄 훈자, 에콰도르 빌카밤바, 이탈리아 사르데냐는 잘 알려진 장수 지역이다. 장수마을을 연구한 미국의 댄 뷰트너는 이곳들을 ‘블루존’으로 불렀다. 장수 여부는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환경이나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뷰트너가 장수의 공통점을 찾아봤더니 시간과 돈을 들여 가며 따로 운동하는 대신 일상생활에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또 장수촌 오키나와 사람들이 ‘하라 하치 부(はらはちぶ)’라고 해서 배가 8할 찰 때까지만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 것처럼 세계의 장수마을 사람들도 이는 공통적인 요인이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시계에 매이지 않고 느긋한 삶을 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지역을 빼고는 대체적으로 잘사는 사람들이 장수를 누린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지난 2008년~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통계청 사망자료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더니 경기도 과천시에 사는 사람들과 경북 영양군에 사람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무려 7.4살이나 차이가 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경북 영양 사람들이 훨씬 기대 수명이 높을 것 같지만 과천이 86.33세인데 비해 영양은 78.88세였다. 놀라운 결과다.

학회 분석자료를 보면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것인지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인 기대수명과 기대수명 중에 건강하게 삶을 유지한 기간인 건강수명 모두 상위 5위 내는 서울·경기도의 시와 구가 모두 차지했다.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도 과천시로 86.33세였고, 건강수명 1위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74.76세였다. 반면 전라, 경북, 강원지역의 대부분 시군이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 수준에 따른 수명 양극화가 우리나라에도 실증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장수하기 위해서는 외딴 장수촌이 아니라 첨단 의료 시설이 갖춰진 도시로 가야 한다. 정부와 지방 시군은 식습관을 고치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등의 조언 보다는 농어촌 의료서비스 개선 등 수명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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