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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이제 인간들은 홍수나 태풍이나 가뭄 같은 천재지변에 하늘의 노여움을 두려워하며 정화수 떠 놓고 비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대신 엘니뇨 현상을 연구하고 지구 온난화를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의 마음 현상에 대한 접근도 이와 같다. 과학이 동원된다. 예를 들면 우울증에 대한 원인을 설명할 때 과거에는 무의식에 존재 하고 있는 죄책감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성, 혹은 종교적인 신념의 부족 탓으로 몰아가거나 부정적인 생각의 틀로 인해 모든 생각이 우울하다는 등의 설명을 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인간의 다양한 마음에 대한 반응을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현상으로 즉, 지극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획기적인 개념의 변화인가.

인간의 뇌는 수많은 뇌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 뇌세포는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수많은 팔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팔이 두 개뿐이라 기껏해야 두 사람하고 동시에 악수하며 인사 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뇌세포는 수많은 팔로 수많은 신경세포와 악수하며(이를 연접이라 한다) 교감을 할 수 있다. 이런 연접이 많으면 많을수록 현명한 지식이 생기고 감정들이 생기고 기억들이 쌓이고 성숙한 판단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뇌세포 수가 많은 것이 아니고 연접들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이 뇌세포의 연접 부위에서 어떤 생화학적 물질들이 나와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역할을 하는 것을 우리는 ‘신경전달 물질’이라 부르고 이들이 바로 인간의 마음 현상을 나타내게 하는 물질들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로, 우울을 느끼는 것은 이 연접 부위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생화학 물질의 활성도가 낮아서 오는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우울 현상을 더 이상 무의식적 갈등이나 과거의 학습이나 부정적 인지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고 세로토닌이라는 생화학 물질의 활성도로 설명하니 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그래서 우울증을 치료하고 싶으면 이 세로토닌을 조절하면 된다는 이론이 나온다.

현재 사용 하고 있는 많은 우울증 치료 약들(이를 항우울제라고 한다)이 바로 이런 이론에 근거한 물질들이다. 이 항우울제들은 연접 부위에서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어 낼까 아니면 외부에서 세로토닌을 만들어 넣어 줄까? 둘 다 아니다.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나오면 일부는 다시 재흡수 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 재흡수를 막으면 세로토닌의 활성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을 하고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세로토닌을 수용하는 신경세포 쪽으로 많이 보내려고 노력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세로토닌을 활성화 시켜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우울증을 치료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즉, 마음을 물질로 치료해 보려고 하는 시도이다. 근데 이것이 효과를 보고 있고 그래서 많은 정신 약물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생각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들, 불안에 관련되는 신경전달 물질들, 기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들 등 많은 신경전달 물질들이 연구되어 있고 그런 물질들을 조절하는 치료 약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 신경전달 물질들이 인간의 마음을 형성한다는 이론은 매우 획기적인 이론이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들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많은 물질은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 할 것이다.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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