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봄이 온다
  •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 승인 2018년 04월 08일 18시 04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4월 09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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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예년보다 일찍 만개한 벚꽃이 주말의 상춘객과 어우러져 봄을 맞는 시민들을 설레게 한다. 벚꽃의 개화는 계절의 변화이며, 봄은 사계절의 첫 시작으로 인생의 절정기를 비유한다.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한예술단의 방한 공연에 따른 답방 형식의 이 행사는 2005년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이루어진 남측예술단의 북한공연이다.

영국의 미술 비평가 존 러스킨(Ruskin)은 예술은 사람의 혼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의 문화적 이해와 사회가 보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힘을 가졌다고 하였다. 부연하자면 예술은 인간의 감추어진 내면을 자극하는 기술이며, 보이지 않는 소통과 같다는 말이다. 소통은 뜻이 통하여 서로 오해가 없다는 말로, 교류를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왕래를 뜻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소식으로 북중·한미·한중간의 얽힌 이해관계의 외교채널이 복잡하다. 남북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은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많은 궁금증을 낳는다. 김정은 집권 이후 첫 방중 외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북한의 벼랑 끝 외교전술은 극단적 협상전술로 상상을 넘어 초강수의 배수진을 동원한다. 따라서 지금 전개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두고 볼 때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의 의도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복잡하다.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방한으로부터 시작된 북한의 평화적 제스처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두고 전략적 방법을 동원한다는 생각이지만, 정확한 저의를 알기 어렵다. 하지만 보편적 상황에서 예견하는 김정은의 방중 외교는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와 미국의 핵 포기 압박에 따른 북·중 동맹을 과시하고 앞으로 있을 트럼프와의 정상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는 정황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북한의 3대 세습과 일인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국제 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남북.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발언의 취지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조건부 비핵화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즉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한다면 북한도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로, 자신들의 이익을 찾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 것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비핵화를 내세워 시간을 벌고 대가를 얻어내는 기만전술과 책략이라는 우려가 여기에 있다. 순탄치 않을 정상회담을 예측할 수 있으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보장받기 위한 한발 앞선 전략적 외교 수단이 필요하다.

정중동(靜中動)은 조용한 가운데 어떤 움직임이 있다는 말이다. 한가롭게 보이는 호수의 오리가 수면 밑에서 부지런히 헤엄치듯이, 겉으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지만, 목적달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북한의 보이지 않는 책략을 경계해야 한다. 남측예술단의 ‘봄이 온다’ 평양공연은 남북화해와 평화의 디딤돌이 되어 교류와 왕래의 시너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 구도에서 만만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예술단이 함께 찍은 사진과 180도 달라진 북한지도부의 행동에서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이산가족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으나 당장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와 같다. 분단 이후 역사적 사건에 비추어볼 때, 통일의 염원을 가장한 이면의 배경은 정중동과 같을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오직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만이 향후 통일의 문은 여는 황금 열쇠일 것이다. 평화의 봄을 알린 남북합동공연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운이 벚꽃처럼 활짝 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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