핥는다
핥는다
  • 장옥관
  • 승인 2018년 04월 15일 17시 44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4월 16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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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두 마리가
서로 똥구멍을 핥는다
혀가 손바닥이라도 되는 양
맛있게 찰지게 핥는다
어김없다, 그 어떤 족보 있는 개일지라도
아무리 우아한 주인이 키우는 개일지라도
개는 개를 만나면
달려가 코부터 갖다 댄다
털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똥구멍에 코를 들이박는다
구린내가 향기인 꽃,
서로의 꽃에 코를 박고 날름날름
말갛게 핥아 댄다
가던 발길 멈추고 바라보는
내 민망한 눈길에
뛰어드는 가벼운 웃음
그 순간, 난 느낀다 내 혀에
닿았던 달콤하고 향기로운 감촉
꽃의 항문에
코 박고 핥았던 먼 기억




감상) 수정을 하기 전까지는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바람이 불어도 어떤 날은 그 믿음으로 마음이 편안한 날도 있었다. 그러나 비바람이 왔다 간 후, 알 수 없는 일이다. 빗물에 둥둥 떠 있는 꽃의 시체들, 그 많은 꽃들에게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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