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50년, 영일만에 파일을 박아 종합제철공장을 건립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포스코 반세기의 역사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면과도 같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세계 굴지의 수출 국가로 자리 잡았다. 포스코 또한 50년 전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포항과 함께 성장해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포항과 포스코는 사소한 갈등은 있었지만 뗄래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해 왔다. 포스코의 성장 그 자체가 포항시의 성장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포스코 경제가 포항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포스코교육재단과 포스텍을 설립,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의 읍면동 마을과 결연을 맺어 일손을 돕고, 농산물을 팔아주는 등의 노력은 포항 시민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

또한 지난 2006년 포스코가 적대적 M&A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많은 포항시민들이 포스코 주식갖기 운동을 전개해 시민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또 그해 여름에는 불법적 건설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온 시민이 나서 규탄해 포스코에 애정을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코 반세기를 맞은 지금 포항시민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포스코에 대한 섭섭함이 크다. 1일 열린 포스코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서울에다 수천억 원을 들여 ‘청소년 창의마당’을 조성해 국가에다 바치겠다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반응은 “이럴 수 있나”라는 것이다. 많은 포항시민들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했던 영일만을 내주고 50년 동안 각종 공해 등 온갖 어려움을 감수해 온 포항을 외면하고 중앙정부에 보여주기 사업을 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포항시와 포스코가 사인한 ‘새로운 100년 출발을 위한 상생협력 강화 양해각서’에 대해서도 내심 불만이 컸던 차였다. 협약서에는 포스코가 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신소재와 성장 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대규모 설비투자와 미세먼지 저감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본 시민들은 당연히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추진하는 것인데 포항시민을 위해 하는 것처럼 생색을 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포항철강산업단지 근로자 수가 지난해 연말 기준 1만4500여 명으로 지난 2014년 대비 10.3%, 1600여 명 줄고 지난해 지진으로 인해 인구 유출이 심해 지는 등 2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감소와 지진으로 포항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때여서 포스코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포스코 50주년을 맞아 포스코와 포항시가 시민들을 위해 음악회를 열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이강덕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것을 상생이라 하기엔 너무 허허롭지 않은가. 포스코와 포항시는 동반 반세기를 맞아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비전을 공유하고 성취해 나가는 새로움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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