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융 예천지역위원회 위원·전 예천문화원장
지구 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지구는 시속 1천600km 이상을 달려 노령으로 접어들고 젊음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웃과 더불어 베풀고 배려하면서 협력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주거생활공간은 단독보다 공동주택아파트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아파트는 다가구가 함께 공동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층간소음, 관리비, 쓰레기분리 수거 등 분쟁의 소지가 많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니다. 군청 소재지에 53세대가 사는 조그마한 아파트로 입주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인보상조(隣保相助) 하며 얼굴 찡그릴 일 없는 업무처리로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먼저 보는 사람 인사하기’가 몸에 밴 아파트에는 운영위원회와 부녀회가 운영되고 있다. 월요일 또는 분기별로 회의를 소집하여 아파트의 불편한 대소사를 협의 해결한다. 회장을 호선하여 책임을 맡기고 봉사한다.

음력 정초에는 지하주차장을 비우고 남녀노소 주민 전체 윷놀이 대회를 열어 윷도 놀고 노래도 부르며 기부한 경품추첨도 하여 친목을 도모한다. 노인들에게는 세배를 드리고 입주민 상호 세배를 하면서 경로효친(敬老思想)의 좋은 정신을 몸소 실천하여 자라나는 2세 자녀들에게는 본보기가 된다. 봄·가을로 여행을 떠나 이웃의 우의를 더욱 돈독히 한다.

전국의 명소 중 당일 일정이 가능한 역사유적지, 수려한 자연경관 명승지를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해 남녀노소 함께 버스를 임대해 다녀온다.

친목을 도모하고 산천경개를 관람하고 조상들의 얼이 서린 문화유산을 감상하여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만끽한다.

학생들에게는 참 좋은 체험학습이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는 길흉사 알림과 일주일에 한 번씩 명언 격언 등 교양있는 좋은 글이 부녀회와 관리실장의 수고로 게시된다.

각박한 세상에 꿀물이 흐르고 깨알이 쏟아지는 맛있고 풍요로움을 느끼는 음미해 볼 만한 글귀다. 참고로 ‘내가 이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 소개하며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사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 아는 것을 애써 난처하지 않고도 자신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겸손과 지혜를 가진 사람, 돋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비치는 거울 같은 사람, 자신의 아름다움과 남의 소중한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선한 눈을 가지고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거나 과장해 보이지 않는 온유한 사람,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진실 된 마음과 자신을 정갈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혜를 쌓으며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눠주는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 등이면 좋겠습니다.

나도 이와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우리 아파트 주민 모두가 아침저녁으로 게시된 글을 읊는다. 아파트 내에 사랑방을 만들어 오손도손 얘기를 나눈다.

사랑방은 주민들의 협조로 냉난방기 주방 집기 등의 시설을 갖춰 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가족처럼 정답게 지낸다.

우리 주변 아파트에서는 생활에 불편한 점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이웃 간에 서로 아끼며 화목하게 잘 지내기 위해 웃어른 공경하고 교통질서 잘 지키고, 주변 청소 잘하고, 어려움 도와주고, 단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약속 잘 지키고, 피해 주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서로 칭찬하는 마을 이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런 이웃이면 좋겠다. 웃음을 잃지 않는 국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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