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사 잠시 잊고…조용히 걸어요

하늘을 찌를듯한 메타세콰이아 나무들.
경북이 전라도에 부러운 것이 있다. 하늘 높이 솟은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장성 축령산의 60년 이상 된 빽빽한 편백나무 숲이다. 그러나 경북에도 이제 자랑할만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다. 청정도시 영덕의 벌영리라는 마을에 조성된 숲이 그것이다. 몇 년 전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매우 굵고 크지만 길의 양옆으로 정렬이 되어 있어 숲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이곳 나무들의 대부분 13~15년생으로 담양의 그것에 비해 굵지는 않지만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다. 게다가 아주 관리가 잘돼 있다.

이곳은 사유지다. 지역민인 장상국 선생이 15년 전부터 선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른 숲이고, 순전히 개인의 힘으로 관리해 온 숲이기에 더욱 경이롭다. 그리고 공들여 조성한 숲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감사하기까지 하다.

인생사진 찍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나무가 적당한 간격으로 심겨 있고, 길의 길이는 편도 약 400m 정도다. 가운데에 난 길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어 마치 양옆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는 듯하다. 적절한 줌렌즈로 배경처리만 잘한다면 제대로 된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군데군데 벤치도 놓여 있어서 쉬고 오기 좋다
숲의 주인 장상국 선생은 방문자들에게 관대하다. 숲의 중간중간에 벤치와 쉼터를 조성해두어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었다. 숲의 옆 공간에는 수십 대의 차를 댈 수 있는 주차공간도 만들어주었다. 관람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도 손수 치우면서 본인은 그저 나무를 심고 가꿀 생각만 하고 있다. 관리가 잘돼 잡풀이 적고 벌레도 거의 없다. 주인은 틈날 때마다 편의시설을 하나씩 더 늘릴 생각이라고 한다.

애기똥풀
숲의 나무들은 위로 뻗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아래쪽 공간은 여유롭고 바람도 잘 통한다. 숲의 아래에서 다양한 야생화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노란 봄꽃인 애기똥풀이 햇볕을 받으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제비꽃도 얼굴을 내밀고 있고, 둥그레도 푸른 이파리를 펼치고 있다.

측백나무
메타세쿼이아 숲 주변으로 측백과 편백의 숲이 조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숲에서 나무들은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는데 이들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10배 이상의 피톤치드를 뿜어낸다고 한다.

숲의 치유물질인 피톤치드는 사람에게도 매우 이로운데, 살균작용이 뛰어나고, 탈취 효과가 좋으며 혈액순환과 피로 회복에 큰 효능이 있다. 또한 심폐기능을 향상 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작용까지 하니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숲을 걷는다는 것은 보약 한재를 먹는 것 다름없다. 특히 물에 닿으면 피톤치드 고유의 향이 더 짙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 비가 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이면 숲은 더 강력한 힐링펙터를 제공할 것이다.

측백나무 역시 강력한 살균력을 자랑한다. 특히 묘지 근처에 많이 심어지기도 하는데 무덤 속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힘이 있다고 한다. 측백 잎을 달인 물은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고, 탈모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등 다양한 안티 에이징 효능이 있어서 옛날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칭송받아왔다.

숲의 주인 장상국 선생
숲을 한 바퀴 둘러보다 한창 관리 작업 중인 선생을 발견하고 대화를 나눠 본다. 십수 년 전 개인 비용을 들여 숲을 조성하고 관리할 때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꾸준함이 이 숲을 만들었고, 이제 동네 사람들도 틈틈이 숲을 방문한다고 한다.

매년 경북도와 영덕군에서 공무원들이 방문을 하는 데 뚜렷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선생 역시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숲까지 들어오는 좁은 진입로가 하천공사를 겸해서 새로 다듬어지고 있는데 조금 더 넓어지게 될 것은 기대하고 있다.


정작 숲을 관리하는데 생겨나는 애로사항은 도나 군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라고 한다. 매번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한가득 주워내고, 숲 사이사이에 버려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는데도 힘이 든다고 한다.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숲 한가운데 지어놓은 화장실도 폐쇄한 지 오래됐다. 도무지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방문자들은 조금 감사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좋은 숲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 조금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철저히 손님의 입장으로 다소곳한 마음으로 다녀가자. 숲에는 아무것도 놓아두지 않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다음 사람에게, 우리의 후손들에게 숲이 이어질 것이다.

메타세콰이아 나무를 올려다보다
모든 숲이 그렇겠지만 이 숲도 아직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 15년 남짓한 나무들은 아직 20m 정도의 높이지만 수년 안에 두 배는 더 자랄 것이고, 나무줄기는 더 굵어질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숲과 함께 성장하고 숲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영덕 여행 콘텐츠는 보통 영덕대게를 키워드로 강구항과 삼사해상공원, 영덕해맞이공원 부근으로 집중되곤 하는데, 이 메타세쿼이아 숲은 영해면에도 여행자들을 불러들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에는 인량마을과 괴시리 전통마을도 있어 숲과 전통마을이 연계된 아이템을 잘 키워본다면 영덕 여행의 또 하나의 축이 되어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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