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냉해 과수농가 직격탄···피해규모 파악·대책마련 시급

10일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한 과수원의 체리나무에 열매는 물론 개화조차 못한채 나뭇잎만 무성하다.
대구·경북지역 낮 최고기온이 평균 20℃를 기록하며 당분간 온화한 날씨가 전망되는 가운데 과수 농가들의 마음은 싸늘하기만 하다.

농작물의 저온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자체의 정확한 피해규모 파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한 농장의 체리나무에 열매는 물론 꽃봉오리조차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체리는 4월 중순부터 개화하기 시작해 5월이면 착과 한 뒤 한창 익어갈 시기다. 하지만 지난 3월까지 지속된 꽃샘추위를 비롯해 4월 초와 이달 발생한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나뭇잎만 무성한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또 평년보다 낮은 기온에 주 1~2회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려 특히 체리농사에는 더욱 혹독한 날씨를 보였다.

체리농장을 운영하는 A(63)씨는 “심한 추위와 늦서리, 최근 잦은 비 때문에 병충해가 유독 심하다”며 “체리는 개화 시기부터 수확기까지 건조한 기후가 필요하지만, 올해 수확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영세업자의 경우 스마트팜과 같은 농업과 신기술이 접목된 실내재배를 위한 투자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천시의 한 자두농장도 저온으로 인한 냉해를 입어 열매를 맺지 못했다.

지난달 초 기온이 -3℃까지 떨어지며 꽃이 수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농작물 저온피해 면적은 전국적으로 6121㏊이며 경북은 1071㏊를 차지하고 있다.

작물별 피해는 전국 기준으로 과수가 5046ha로 가장 많고 특용작물 762ha, 밭작물 194ha, 채소 119ha 순으로 나타났다.

개화 시기가 빠른 자두, 배, 복숭아 등의 경우 더욱 큰 피해를 입었다.

한편, 대구기상지청은 지난 2013~2018년 포항, 안동, 울진의 5월 초순 평균 최고기온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던 지난 2015년보다 포항은 5.5℃ 낮았으며 안동과 울진은 각각 4.2℃, 3.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지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낮은 기온과 바람, 비 등을 동반하는 기압골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며 “하지만 러시아 인근에 위치한 오호츠크 해에서 형성된 고기압 때문에 한반도에 있는 기압골이 정체되며 저온현상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압의 이동과 정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상 저온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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