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만 스쳐도 수리비 폭탄···대구, 수입차 보유 전국 TOP5
보험 가입자 부담도 늘어

자녀 통학과 장보기 용도로 경차를 구매한 주부 A씨(38·여·대구 수성구) 씨는 지난달 골목 사거리에서 벤츠 E 클래스 시리즈와 접촉사고가 났다. 3대 7로 벤츠 차주의 과실이 높게 나왔고 수리비 합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A씨는 상대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부품 교체 등 약 600만 원의 비용이 적혀있었던 것. A씨의 과실은 30%였으나 물어줘야 하는 배상금액은 180만 원. 자차 수리비의 3배를 웃돌았다. 최 씨는 “보험 처리했지만, 솔직히 70% 과실로 나올 정도면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수리비용까지 비싸니까 너무 억울한 심정”이라며 “농담으로 외제 차를 피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사고 이후로 수입차만 보면 서행하거나 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 등록된 외제 차가 늘어나면서 수리비 폭탄에 대한 운전자들의 우려도 함께 늘고 있다.

외제 차 운전자의 과실이 커도 비싼 수리비 탓에 피해자가 오히려 돈을 더 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대구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다섯 번째로 외제 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등록된 승용일반형 차량 중 외제 차 수는 지난 2015년 10만231대였으나 2016년 11만2327대, 지난해 12만9346대로 해마다 1만 대 이상 급증했다. 올해 3월 말에는 13만378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4000대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구 전체 승용일반형 차량이 71만7105대인 것을 고려하면 지나가는 차량 7대 중 1∼2대가 외제 차인 셈이다.

다른 시·도에 비해 외제 차 수가 적은 경북도는 지난 2015년 3만8285대에서 2016년 4만7866대, 지난해 5만7368대, 올해 3월 5만9868대로 집계됐다. 최근 3년 동안 2만 대 이상 늘었다.

외제 차와 사고가 나면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을 대부분 운전자는 알고 있다. 같은 부위를 수리해도 국산 차보다 평균 2∼3배의 금액이 들고 차종에 따라서 최대 5배 이상의 금액이 들기도 한다.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경우 수리 기간이 늘어나 비슷한 급의 차량을 대여해주는 비용까지 추가된다. 수리업체가 받는 공임도 약 1.5∼2배 이상이다. 결국, 비교적 가격이 낮은 국산 차 운전자들은 외제 차 사고에 대비해 자비를 들여 개인 대물보상 보험의 한도를 높이는 방법뿐이다.

자동차보험 전문가 임모(45)씨는 “10년 전, 5년 전 대비 외제 차 보상 기준과 수준이 구체적으로 변하면서 금전적인 손해가 많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외제 차와의 사고는 피해가 크다”며 “실제 ‘억울하면 비싼 차를 타야 한다’고도 하는데, 결국 운전자들은 보험 보상 한도를 늘리는 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요즘 중고차도 많아서 외제 차와 사고가 나면 차주 일방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말고 보험사로 연락해 처리할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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