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사대(射臺)에 서서
바람처럼 쏘아 올리는
국궁(國弓)의 화살촉은
빈 하늘 속
자유로운 힘으로 뻗어서
한 점
떨리는 순간의 숨소리를 모아
깊은 흔적을 남기게 하는
둥근 그 표적 하나여!
부딪치는 아픔보다 더 큰마음을 받아드리며
무언의 그림자 속으로,
외로운 표적 위로,
가을 기러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어느 해
이른 아침.
감상: 국궁을 하는 사람이 과녁을 향해 쏘는 그 여유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숨을 죽이며 호흡을 모아 힘차게 쏘아대는 화살 한 개가 날아가는 푸른 공중-. 여기서 외로운 기러기 한 마리는 바로 날아가는 화살을 말하는 것이다.(시인 정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