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쏟아지는 하늘길 걸으며 반짝이는 추억 만들어요

보현산 천문대로 이어진 데크길 ‘천수관음길’ 중간중간에 전망대를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굽이치며 흐르다가 강원도 태백에서 낙동정맥을 뿌리내린다. 정맥은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뻗어 내리며 경북 지역의 주요 산들을 만들어 내는데 영천 지역을 지날 때 산을 하나 높이 들어 올렸고, 그 산이 바로 영천의 진산 보현산이다. 이 지역 부근에는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중 대구의 팔공산과 영천의 보현산이 해발 1000m가 넘게 우뚝 솟아 있다. 이 때문에 보현산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뚫려 막힘없는 둘러보고 품에 안을 수 있다.

사실 등산이 취미가 아닌 사람이 1000m가 넘는 산을 오르기는 쉽지 않다.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등산 동호인들만의 특권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보현산은 산꼭대기 바로 아래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천문대 덕분이다. 다소 오르는 길이 꼬불꼬불하긴 하지만 정상까지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쉽게 정상을 밟아볼 수 있다.

보현산 천수누림길 안내도
주차장에 차를 대면 보현산 천문대가 있는 정상까지 놓인 데크 길이 시작된다. 편도 약 1㎞ 정도의 이 길에 ‘천수누림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숲을 정비해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거의 전 구간이 나무 그늘로 덮여 있어 햇볕을 피할 수 있고, 경사도 급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만한 길이다. 해발 고도가 높아서 지상보다 평균 온도도 낮은데 그늘 아래에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산 아래는 이미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데 이곳은 이제 봄이 시작된다. 나무들도 이제 막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고, 초봄에나 볼 수 있는 야생화들도 만날 수 있다.

데크길
데크 길을 걷는 중간중간에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쉼터가 있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날씨 맑은 날엔 멀리 포항 앞바다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사이에 촘촘히 솟아오른 크고 작은 산과 언덕들, 그 사이를 꼬불꼬불 지나가는 길과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들이 한눈에 담긴다. 먼 옛날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가 이런 곳에 올라 세상을 종이에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시루봉
데크 길을 1km 정도 걷다 보면 길의 끝에 정자 전망대가 서 있다. 이곳이 보현산의 형제 봉우리인 시루봉이다. 시루봉은 높이가 해발 1124m로 보현산 정상보다 딱 2m가 모자라서 2인자에 머문 비운의 봉우리이다. 하지만 이 시루봉에서 펼쳐지는 사방이 막힘없는 조망은 천수누림길의 백미 중의 백미다. 주변을 가리는 높은 산이 없어 탁 트인 공간감이 아주 좋다. 시원하게 뚫린 하늘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영천의 주요 산들이 모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이는 대구 팔공산과 어깨를 견주어 볼 수도 있다. 보현산을 이곳에 남겨두고 경주로 흘러들어 가는 낙동정맥 마루금을 손으로 쓰다듬어 볼 수도 있는 탁월한 전망을 가진 봉우리다.

보현산 정상의 천문대 시설들
시루봉을 찍고 다시 보현산 방향으로 간다. 보현산 정상 부근에는 각종 천문시설들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전국 주요지점의 맑은 날의 일수 등 다양한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선정한 곳이 바로 보현산이다.

보현산 천문대의 직경 1.8m의 광학망원경은 전국에서, 아니 동양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지폐가 있다면 뒷면을 보자. 혼천의 오른쪽에 그려져 있는 망원경이 바로 보현산 천문대의 광학망원경이다.

보현산 천문과학관
보현산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입구인 정각마을에 천문과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1층 전시실은 누구나 무료로 볼 수가 있고, 관람 프로그램의 입장권을 끊으면 5D 영상을 볼 수 있고, 2층 관측실에서 망원경으로 태양과 별을 관찰할 수가 있다. 건너편 건물인 전시체험실에서 각종 다양한 체험과 놀이시설을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이고 19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2000원이다. 관람 프로그램은 14시부터 21시까지 매시 정각에 진행이 된다.

주관측실의 800mm 망원경
입장권을 끊은 뒤 1층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상영 시간이 되면 영상실로 안내를 받는다. 5D 영상을 20분 정도 관람할 수 있다. 돔형 천정에 영상이 비치며 의자는 편안하게 눕혀준다. 간혹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을 쏘아 주는데 그래서 5D인가보다. 주관측실에는 800mm짜리 광학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측 체험도 가능하지만, 밤이 돼야 가능하며, 흐린 날에는 체험 할 수가 없다.

보조관측실의 태양 흑점 관측
주관측실 옆에 있는 보조관측실에 들어선다. 지붕의 돔이 열리자 개방된 옥상이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작은 망원경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낮에는 태양의 흑점을 관측할 수 있고, 가끔 달이 뜨면 달도 관측이 가능하다. 밤에 오면 각종 별자리와 은하수, 성단 등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하니 밤에도 꼭 가 봐야 겠다.

천문전시체험관
천문과학관 옆에 세워진 천문전시체험관은 관람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이용할 수가 있다. 진공실험, 우주선 발사 훈련, VR 우주공간 비행 훈련, 우주동작 적응 훈련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다양한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천문전시체험관
어릴 적 우리는 밤하늘을 보며 우주여행을 하는 꿈을 한 번씩 꾸어 보았을 것이다. 하얗고 동그란 우주복을 입고 행성 표면을 누비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상상 말이다. 어느 여름날 옥상 위에서 별빛을 이불 삼아 잠들어 본 추억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그 시절 우리를 꿈꾸게 만들어 주었다. 힘들 때 위안을 주기도 했으며, 아무 말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어릴 적 친구와 서로의 이름을 붙여주던 별은 수십 년이 지나도 항상 그 자리에서 반짝여 주어 고맙다. 별은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꿈을 꾸었다는 흔적이다.

▲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요즘 환한 도심의 하늘에서는 좀처럼 별을 찾기가 힘들다. 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극적인 빛들이 더 많아서일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보아왔던 별과 우주를 우리의 아이들은 꿈꾸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복잡하고 화려한 도시를 잠시 벗어나 아이들에게 당신이 보아왔던 그 별을 보여주자. 아이들의 눈에 빛나는 별빛이 담길 때 당신이 꿔왔던 꿈이 이어질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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