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깨고 진보정당 뿌리내리는 성과 이루겠다"

5일 오전 포항 오천시장 거리인사도중 오랜지기인 조상태씨(오른쪽)를 만난 박창호 후보가 서로 주먹을 불끈쥐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종욱기자 ljw714@kyongbuk,com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운동 6일 차인 5일 새벽 5시 여느 때와 같이 눈을 뜬 박창호 정의당 후보는 인터넷을 통해 지난밤 뉴스를 살폈다.

지난달 31일 아침 포항 형산오거리 거리인사를 시작으로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정당과 자신의 지지도에 근심이 쌓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정통진보의 길을 걸어온 정의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듯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3%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전에는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박창호 정의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로 했고, 오전에는 심상정 선거대책본부장이 경산을 방문해 지원해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에 새벽 6시 자신의 애마인 2005년식 아반떼XD의 시동을 걸었다.

이번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른 3명의 후보는 운전기사가 딸린 승합차를 이용해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지만 중앙당의 쥐꼬리만 한 지원금과 경북도당 당원들의 당비와 특별당비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서 이런 호사는 언감생심이다.

실제 정의당 경북도당은 중앙당 지원금으로 경북 도내 각처에 내걸린 현수막과 선거공보를 만드는 데 그쳤다.

그것도 예산이 부족해 게시 가능한 600여 개의 현수막 중 320개만 제작했고, 선거공보 역시 12p까지 가능하지만 4p로 줄였다.

나머지 선거비용은 모두가 경북도당 차원에서 마련해야 해 13년 된 낡은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선거홍보 차량 역시 지난 2015년 중고 1t 트럭을 개조해 만든 것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선거운동원 역시 대부분 당원의 자원봉사에 의존해야 하다 보니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게 시작한 5일 일정의 첫 장소는 오늘도 출근노동자가 많은 포항 형산오거리.

오전 6시 50분 형산오거리에 도착했지만 이미 중요 포인트에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과 교육감 후보들이 전날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버려 가장 외진 곳인 형산교 앞만 남았다.

낡은 홍보차 위에 올라 10명 남짓 운동원들과 함께 바쁘게 오가는 출근 차량들을 향해 인사를 펼쳐보지만 길 건너 바라보이는 멋진(?) 홍보차량과 수십 명씩에 이르는 운동원을 앞세운 다른 후보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없는 살림에 어렵게 마련한 홍보차량이지만 선거홍보용 전문 차량들의 멋진 자태와 형산오거리 전체를 호령하는 듯한 높은 스피커 출력에 박 후보 차량에서 내보내는 홍보 음악은 그냥 묻혀 버린다.

“솔직히 많이 부럽지요. 그렇지만 군소정당인 우리 당의 현실도 그렇고, 저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라는 그의 말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 부러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그러나 그는 얼른 그런 부러움들을 털어내고 ‘정의당과 자신을 지켜봐 달라’며 손을 펼쳐 올리며 팔을 흔들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의 거리인사를 끝낸 박 후보는 새벽부터 고생한 운동원들과 함께 인근 노동자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좋은 밥은 아니더라도 선거운동 기간을 버티기 위해 가능한 한 세 끼니는 챙겨 먹으려 하고 있지만 다니다 보면 끼니를 거를 때도 없지 않다”며 “저를 위해 고생하는 운동원들에게 좀 더 나은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밥술을 들었다.

5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지사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전 10시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정의당과 박창호 후보는 그간 계속해서 최저임금 개악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그 철회를 요구해 왔으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법을 제시해왔다”며 지지 선언을 했다.

지난 닷새가 늘 가슴속 한 켠을 채워왔던 외로움을 달래준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임원과 조합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 5일 오천시장에서 거리인사를 하던 박창호 후보가 시장보러 나온 한 할머니를 껴안으며 ‘기호5번 박창호 꼭 좀 찍어주이소’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종욱기자 ljw714@kyongbuk.com
그렇게 용기를 충전시킨 박 후보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말자 서둘러 포항시 남구 오천 장날을 찾아 거리인사에 나섰다.

이곳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김두관·표창원 국회의원까지 투입한 막강한 유세전이 펼쳐지면서 박 후보와 정의당이 설 곳은 거의 없었다.

그런 속에서 시장 상인과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눈길을 주는 이가 없자 머쓱함이 다가왔다.

그렇게 장터를 돌던 박 후보는 우연히 오랜 지기를 만나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내보였다.

이 지역 노점상 관리를 맞고 있는 조상태 지역장이었다.

벌써 20여 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조씨를 만난 박 후보는 “아이고 힘들어라”라며 어린장을 부리자 조씨는 “이기마 뭐했다고 벌써 엄살이고, 빨리 가가 인사나 해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안다는 듯 ‘힘내자’며 주먹을 불끈 쥐며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조씨의 격려를 받은 박 후보는 얼른 홍보차량을 타고 시장을 돌며 홍보활동을 펼친 뒤 오후 2시 경산시장에서 열리는 심상정 중앙당 선대본부장 지원유세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동안과는 달리 제법 많은 운동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심상정 선대본부장과 함께 올라 그야말로 신나게 유세활동을 펼쳤다.

이날 박 후보는 “우리 정의당은 오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북도민과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진보의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달려왔고,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주의의 종말과 진보정당이 뿌리내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힘껏 달려갈 것”이라는 박 후보의 결의를 다시 한번 다졌다. ljw714@kyongbuk.co

▲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지사 후보
□학력= △포항 기서초 △기계중 △포항중앙고 △위덕대 졸
□경력= △포항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포항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정의당 경북도당 위원장 △정의당 정책위 부위원장 △경북 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공동 대표 △경북교육연대 공동대표 △경북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 △제6회 지방선거 정의당 경북도지사 후보 △제19대 총선 정의당 포항북 후보
□기타= △고향 포항시 기계면 △가족관계 모, 부인, 1남1녀 △취미 독서·등산 △신체조건 키 181㎝·몸무게 80㎏ △좌우명 진인사대천명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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