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시작돼 효과 반감…당내서도 "의미 없다" 부정적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까지 해답을 찾지 못하면서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 후보는 전날 밤 11시부터 이날 새벽 1시까지 방송3사가 생중계한 선관위 주최 TV토론회에 참석했으나 서로의 양보만 촉구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토론회 전후로 단일화 접점을 찾기 위한 만남이나 의견 교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사전투표가 이미 시작돼 단일화 효과가 크게 반감된 데다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양당 내부의 반발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사전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는 이념과 정책이 다른 분으로, 후보 단일화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말해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온도차를 보였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단일화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며 “청산과 배제 대상인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 ·연대, 당대당 통합 운운은 엄중한 해당 행위”라고 반대했다.

김문수 후보도 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쪽에서 자꾸 저보고 ‘사퇴하라’는 소리밖에 안 한다. 단일화 불씨는 꺼진 것 같다”며 “나는 완주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당대당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고 인위적 단일화도 반대한다”며 “김문수 후보를 찍으면 박원순 후보 당선에 도움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길 수 있는 후보 안철수에 표를 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 후보 측은 상대방이 중도 사퇴함으로써 ‘반(反) 박원순’ 표를 흡수하는 ‘변종’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지난 2010년 경기지사 선거 때 투표일 사흘을 앞두고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사례를 거론한다.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말 동안 협상을 통해 투표 전날까지도 ‘심상정 모델’의 단일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보수진영에서 어떻게든 후보를 하나로 만들라는 압박이 커서 김 후보가 후보직을 던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의 지지율을 넘기 어려운 데다, 김·안 후보 모두 지방선거 후 예상되는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어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선거 비용도 후보 중도 하차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선거 전 중도 하차한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고, 중도 사퇴한 후보의 선거 비용을 대신 내줄 경우 후보직 매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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