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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에 바싹 다가왔다.

시민들 왕래가 잦은 주요 지점에는 어김없이 선거운동원들과 유세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운동원들은 유세 차량의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곁들이며 자신들의 후보 지지를 호소한다. 공해에 가까운 선거운동이 시민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이 연일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을 살고 있는 상당수 시민은 무더운 날씨에 선거공해까지 겹치자 지방선거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경주의 발전과 미래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지방선거가 올해도 실망(?) 시키지 않고 혼탁한 네거티브 선거로 얼룩져,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은 절정에 다다랐다.

경주는 그동안 선거 때만 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후보자들끼리 서로 헐뜯는 비방전 선거로 얼룩지면서 정책선거나 클린선거는 먼 나라 얘기가 돼 버렸다.

올해 지방선거도 온갖 비방이 난무하는 혼탁양상을 보이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과열선거로 전개되고 있다.

후보자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당선자가 결정돼야 할 선거가 서로를 헐뜯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는 시민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상대방 흠집 내기로 서서히 과열되면서 혼탁양상을 보이던 이번 선거는 무소속 최양식 후보의 삭발 단식 농성에서 정점을 찍었다. 최양식 후보는 지난 7일 자유한국당 주낙영 후보 측이 기자에게 금품을 건네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삭발과 단식에 들어갔다. 대구지검 경주지청 앞에서 돈 봉투 사건의 즉각 수사촉구와 금권선거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최 후보가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주 후보 측은 다음날 곧바로 최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발했다. 최 후보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진실인양 주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마치 금권선거운동을 한 것처럼 기자회견을 갖고 주 후보를 비난·비방했다며 고발을 한 것이다.

이러한 삭발 단식농성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모 후보가 벌인 바 있는 행태로, 오히려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최 후보의 이번 단식농성에 대해서도, 지난 8년 동안 경주시를 이끌어 온 현직 시장이 따가운 햇볕 아래 허름한 돗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는 시민이 있는 반면,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의 눈높이는 이제 ‘그 나물에 그 밥’인 구태정치에 식상해 할 만큼 높아졌다.

혼탁, 비방, 의혹 제기, 네거티브, 과열선거로는 시민들 편 가르기만 할 뿐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겸손과 진정성을 갖고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후보자가 많을수록 공명선거는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후보자는 선거법규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유권자는 외부의 압력 없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투표하면 공명선거가 이뤄지는 것이다.

선거는 지역발전을 위해 유능한 일꾼을 뽑는 만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건전한 정책대결로 축제적인 분위기로 치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구습과 오만에 젖어 시민을 얕잡아 보는 후보자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정정당당한 표심으로 심판해야 한다.

이제 “지방선거 없애면 안되는교?”라는 말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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