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월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열린 전미국신문기자협회에 참석, ‘아시아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연설한다. 이 연설에서 애치슨이 소련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둥의 영토적 야심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동북아시아 방위선을 재확인하는 발언을 했다. 태평양에서 미국의 지역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이른바 ‘애치슨 라인’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애치슨 라인 선언(Acheson line declaration, 애치슨 선언)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과 중화민국, 인도차이나 반도가 미국의 방위선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이 선언은 중화민국 정부가 국공내전으로 인해 타이완으로 천도한 것에 대한 미국 조야의 충격을 반영한 것이다. 더욱이 한반도는 당시까지만 해도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한국을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하게 됐다는 것이 후일의 평가였다.

애치슨의 이 같은 선언 이후, 당시 대한민국의 임병직 외무부장관은 즉시 주한 미국대사인 존 무초를 불러 애치슨 선언의 진의를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장면 대사에게 훈령을 보내 애치슨 발언의 경위를 신속히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애치슨은 한국이 미국의 극동방위권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한마디 회답도 보내주지 않았다. 이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애치슨의 선언에 그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애치슨 라인 발표는 좌익세력들이 줄기차게 미군 철수를 외쳤고, 국회 동의안까지 제출됐다. 자주국가로서의 자율권이 명분이었다. 지금의 일부 진보세력과 북한의 주장과 너무나 흡사했다. 결국 미군이 철수한 지 1년도 안 돼 동족상잔의 비극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미군철수에 무게가 실리는 발언도 했다. 애치슨 라인의 기억이 되살아나게 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미국과 북한의 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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