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냉전·수구 딱지 떼야 새 보수의 길 시작
기득권·냉전·수구 딱지 떼야 새 보수의 길 시작
  • 연합
  • 승인 2018년 06월 14일 17시 57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6월 15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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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정당 궤멸’이라는 채찍을 내려친 민심은 보수 야당에 과거와 현재의 행태를 심판하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이냐’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선거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당 대표들은 물러났지만, 앞이 캄캄한 길 위에서 어찌 당을 재건할지를 놓고 백가쟁명에 휘말릴 것이다. 민심의 눈높이에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당의 존립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보수의 맥을 잇는 정당이 여당·야당일 때를 막론하고 선거에서 이토록 처참하게 붕괴한 전례가 없다. 미증유의 위기다. 광역단체장 선거만이 아니라 지방행정 모세혈관인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선거결과까지 보면 그야말로 보수 정당 초토화를 실감케 한다. 수도권의 66곳 기초단체장 중 한국당이 이긴 곳은 불과 4곳이다. 경기도 지역구 광역의원 129석 중 딱 1석이 한국당이라는 사실은 민심이 얼마나 철저히 보수 야당을 심판했는지 웅변한다.

투표율이 60%를 넘어 역대 지방선거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층이 투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건 보수당 참패의 변명거리가 안 된다. 게다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역구별 후보 득표율은 지난 대선 때보다도 더 초라하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마저도 보수 야당에 더욱 등을 돌린 것이다. 왜일까?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더는 이들 정당과 후보들을 보수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심의 눈높이에서 돌아보자. 자기들이 옹립한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한 정당임에도 “책임지고 국회의원직 내려놓겠다”는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러 패로 나뉘어 ‘네 탓 공방’에 골몰했다. 분단의 적대 구조를 벗어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대전환의 길목에서 철 지난 과거 색깔론을 부여잡고 대응했다. 말 그대로 기득권·냉전·수구 보수의 총합이었다.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어떤 자성도 하지 않는 행태에 보수층은 외면했다. 민심의 변화를 한국당만 몰랐다.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나타나기만을 허망하게 기대했을 뿐이다.

전통적 보수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하고, 자유, 안보와 경제 성장 가치 지향을 근본으로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좌절한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건전한 보수가 재건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정치생명만 연장하려는 보수 정치세력의 행태를 유권자들이 심판한 것이 이번 선거결과이다.

여의도 보수 정치판은 선거 참패의 현실 앞에서 당장 혁신과 쇄신을 부르짖을 것이다. 비상대책위 체제니, 조기 전당대회니, 보수 대통합론이니 하는 정비 방안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당의 얼굴이나 이름을 바꾸고 이합집산하는 방식의 정계개편은 알맹이만 그대로 둔 채 포장지만 바꾸는 미봉책이다.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보수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기득권·냉전·수구 보수는 퇴장해야 한다. 또 이쯤 되면 “이제는 보수의 대표 자격이 없다”며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거나 기득권을 포기하는 사람도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더라도 어렵겠지만, 보수·중도층의 마음을 그나마 되돌리는 보수 갱생의 길은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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