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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편집부국장
6월 12일 오전 10시, 세계의 눈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로 집중됐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이날 북·미 양국 정상의 입과 몸짓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역사적인 만남으로 지칭된 이날 회동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가져다주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을 두고 내·외신 언론과 국제 전문가들은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양국 합의 결과가 예상외로 비핵화 로드맵이 빠져 있음에도 트럼프가 회담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합의문 이외에도 발표하지 않는 중요한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칭 거래의 달인이라는 트럼프가 발표된 합의문에 큰 성과가 없음에도 김정은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발언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회담 취소 등 강경발언을 하기까지 했던 트럼프를 회담 이후 우호적 관계로 변하게 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따라서 북한은 아무것도 주지 않고 실리를 챙긴 저력을 보여준 담판이었다는 평가다.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한데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 집중에도 흔들림 없는 회담진행으로 ‘불량 국가’에서 ‘핵을 보유한 미국과 동등한 국가’로 인식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이날 정상회담을 분석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고의 승자로 꼽은 반면, 한국을 패자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하나의 승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승자이자 패자로 언급됐다.

VOX는 “김정은은 미국의 대통령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 악수를 청하고, 스스로가 북한의 합법적인 지도자임을 인정해주는 영예를 얻었다”며 “그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채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보도했다.

VOX는 또 한국에 대해 미·북 정상회담의 패자라고 지적했다. VOX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멈추겠다고 밝혔다”며 “한국 정부는 이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고, 여전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번 회담이 북한에 승리를 안겼고, 더 나아가 중국이 진짜 승리자라고 평가했다.

타임은 “북한과 미국은 모두 회담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장기적으로 진정한 승자는 중국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수년간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감 완화와 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원했고, 갑자기 두 가지를 다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비핵화의 과정으로 한국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 트럼프의 발표는 근본적으로 중국이 몇 년간 추진해왔고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일관되게 거부한 제안인 쌍중단”이라고 했다.

국내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언론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진보 언론들은 다음날 1면 머리 기사에 ‘한반도 평화, 위대한 여정 시작됐다’,‘냉전의 벽 넘어, 평화의 손 잡아’,‘북·미 정상 완전 비핵화, 안보보장 4개 항 합의’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보수 언론들은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악수... 그 뿐이었다’, ‘트럼프, CVID 빼놓고, 한미훈련 중단’,‘완전한 비핵화 합의, CVID는 빠졌다’등 우려를 표시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쟁취하고 지켜내야 한다. 외세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지 말고 우리가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긍정과 우려를 떠나 냉철한 정세 인식이 필요하다.

곽성일 편집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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