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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6·13선거를 앞두고 많은 언론과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보수야당이 앞으로 살아남을 길은 ‘죽어서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결과는 예측 그대로 들어 맞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국민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선거 패배에 대한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당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도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열린 의원 총회에는 전체 의원 112명 가운데 절반인 60여 명만이 참석했다. 불참한 일부 의원들은 “골프 약속이 있다”며 의원총회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의원이 있는 정당이니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사죄 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보수야당의 몰락은 촛불 정국과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이미 싹을 틔웠다. 청와대의 불통 권력 행태와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며, 불평등한 나라를 만든 과거 집권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한데 모여 표출한 냉엄한 평가였다. 지금 한국당을 보면 진실한 선거 참패의 반성도, 국민을 이끌고 갈 앞으로의 꿈도 보이질 않는다. 보이는 것은 단지 ‘보신(保身)’을 위한 계파별 이전투구만 있을 뿐이다.

지난 18일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중앙당을 해체하고 외부인사가 맡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당의 전권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확실한 세대교체와 확실한 인적 쇄신을 이루고 당명도 바꾸겠다”며 환골탈태의 새로운 당의 재건책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발표가 있자 당내에서 “본인부터 퇴진하라”는 등의 반발이 나오고 재선의원 22명도 모여 “자기가 뭐라고 마음대로 하느냐”며 의총 소집도 요구했다. 반발하는 상당수 의원이 친박계 출신이라는 전언이다. 지금 한국당의 현실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만큼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처지다. 때문에 많은 의원이 김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들고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에 ‘보수당 인물평’이라는 제목으로 당 소속 의원 30인을 폄하하는 내용의 글이 나돌아 한국당은 날이 갈수록 혼돈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당의 이런 모습을 보면 새 당으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기대했으나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때도 당 해체, 당명 교체, 당 색깔 변경 등으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왔던 ‘쇼’를 이번에 또다시 하고 있다는 민심의 역풍까지 맞고 있다.

민심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항상 배를 뒤집을 수 있다. 한국당은 당명을 바꾸던 당 색깔을 확 뒤집든 간에 먼저 해야 될 작업은 ‘나는 살아남아야겠다’고 발버둥 치는 인사들을 솎아내야 한다. 구태의 인물들을 그대로 두고 혁신을 해 보았자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기둥이 되어 왔던 보수층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이 되살아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자리 보신’만 외쳐대다간 2020년 총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6·13보다 더한 참패가 기다릴 것이다. 당 내분으로 싸울 시간이 없다. 빠른 시간 안에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솎아낼 인물들을 뽑아내고 보수층이 열망하는 건전한 보수야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압승에 대해 오는 2020년 총선에서 자칫 축배가 독배가 될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지금까지 국정 담당 세력이 보여준 오만함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친서민 정책을 펴고 있으나 실업률은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주 52시간 근로와 최저임금 문제 등으로 서민의 삶이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당이 수구 보수의 탈을 벗어나면 6·13을 강타했던 파도가 2020년 진보 권력의 배도 뒤집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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