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정부 여당이 국가 백년대계와 국익을 아랑곳하지 않고 국책사업을 잇따라 뒤집으려 하고 있다. 이들 국책사업은 특히 대구·경북(TK)의 미래 비전은 물론 지역 경제에 당장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중대한 사안이어서 지역에 집중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 결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 광역자치단체장이 선출된 대구시와 경북도가 자칫 각종 국책사업과 국가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이 “자유한국당 당선인이 경북과 대구 뿐이지만 도정이 정부 정책과 차별되거나 대립각을 세울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했지만 이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 자체에 우려스러움이 깔려 있다.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남권 신공항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논란 끝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낸 사안이다. 그간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심각한 국론 분열과 지역갈등을 야기했다. 그런데도 오 당선인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정부 여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오 당선자의 발언에 대해 TK지역 민심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이런데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세종시에서 “현재로선 김해신공항 변경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아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변경될 수도 있는 것처럼 발언했다.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명확한 불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한가지 경북지역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과 울진 영덕에 건립 중이거나 건립 예정이던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 백지화다. 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습 이사회를 열어 그간 7000억 원의 막대한 돈을 들여 새것처럼 만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2022년까지 수명 연장된 사안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사회를 열어 이를 없던 일로 하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내후년 상반기 폐쇄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연료만 투입하면 당장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는 멀쩡한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원전 중단으로 경북지역 사회 경제적 피해 규모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 또한 연인원 약 1천2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정책의 일관성을 무시하고 이미 법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책사업을 폐기하거나 뒤집는 것은 독선과 오만이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정부의 독선적 정책 결정으로 갈등에 휘말리고 집중적인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 결정은 국민의 반발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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