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를 안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가 경북도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에서 30년 내에 국내 기초자치단체 228곳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소멸 1위 도시는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컬링 여자대표팀 ‘마늘 소녀들’의 고향 의성이다. 경북에는 의성 뿐 아니라 청도, 봉화, 영덕 등도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인구소멸 심각성을 알려주는 통계 결과가 또 나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경북지역 출생아 수가 1300명으로 지난해 1500명보다 200명이나 줄었다. 올해 누적 출생아 수도 5800명으로 10.8%나 줄었다. 출생아 수 자체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북을 빠져나가는 인구도 늘고 있다. 경북의 4월 한 달 동안 전입자는 2만5336명 이었지만 전출자는 2만5583명으로 247명이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인구보다 나가는 인구가 많은 현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출생아 수가 주는 데다 인구 유출현상이 겹쳐지면서 인구 감소에 가속이 붙은 것이다.

이 같은 지방소멸 위기감이 현실화 되면서 경북도는 2022년 신생아 2만5000명을 목표로 합계출산율을 1.7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구정책 5대 추진전략도 발표했다. 그 5대 전략은 인구조정 컨트롤타워 구축, 교육과 홍보를 통한 도민의식 개선, 저출산 극복 선도모델 발굴, 아이 낳기 프로젝트 관련 부서 협업 추진, 저출산 대책 평가 환류시스템 구축 등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간 10여 년 넘게 인구 감소 문제가 거론됐지만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은 가임 여성인구 감소비중으로 본 전국 하위 20곳 중 6곳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신생아가 한 명도 없는 ‘신생아 제로마을’ 전국 읍면동 25곳 중 6곳이 경북에 있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덕군 축산면, 김천시 증산면, 안동시 녹전면, 상주시 화북면, 울릉군 서면 태하출장소 등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도 이 같은 경북의 인구소멸 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27일 전국에서 지방소멸 가능성 1위 도시 의성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저출산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면서 “단순한 정책적 접근으로 안되고 저출산 극복 국민 정신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이 민선 7기 도정의 핵심을 ‘저출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둘 것이라고 밝힌 만큼 도민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경북도가 밝힌 인구정책 5대 추진전략을 들여다 보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 컨트롤타워니, 관련 부서 협업이니, 대책 평가 후 환류시스템 구축이니 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정책 나열이 대부분이다. 이 당선자 말대로 “동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경북”을 만들려면 선진국 극복 사례 등 구체적으로 어떤 실행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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