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 중심도시, 경북 동해안 시대 중심, 경북 제1 도시’ 포항의 수식어다. 하지만 포항 관문인 포항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의 몰골을 보면 이러한 말이 그야말로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은 1985년 건립된 지 33년이나 돼서 건물 자체가 손님을 받기에 부적합하다. 겉으로 남루할 뿐만 아니라 2016년 실시한 종합안전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이면 건축물이 낡아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당장 사용을 중단해야 할 지경인 것이다.

이런 데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물은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에 육안으로도 벽이 갈라지고 기둥과 벽면 사이에 공간이 생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터미널 내 상가의 보험가입 조차 받아주지 않는 실정이다. 터미널의 천장이 내려앉고 수시로 건물 곳곳에 누수와 누전이 발생하고 있어서 언제 화재가 발생할 지, 무너질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험성을 대변해 주듯 지난해 8월, 터미널 내 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 버스 대기실 손님들이 급히 대피하는 등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 1년이 다돼 가도록 이곳에는 출입 통제 줄이 쳐진 상태로 방치돼 있다.

국내에서 다중이용시설의 대형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6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지난해 12월 29명을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화재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하루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항터미널은 이렇다 할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안전불감이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행정기관의 무소신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 이 같은 위험한 터미널이 언제 개선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의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경북도의 심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포항시 도시정비기본 계획에 시외버스터미널 부지를 현재의 터미널과 북구 흥해읍 성곡리 두 곳을 운영할 것으로 돼 있다.

도시정비계획 자체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을 두 곳이나 운영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전이나 신축, 또는 개보수 문제를 이곳 저곳의 민원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더 문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항을 동해안 시대 중심축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경북 제1도시 포항의 관문인 시외버스터미널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 무소신 행정의 표상이다. 이전이든 개보수든 간에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다중시설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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