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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한 비핵화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마치 확정된 타임라인(시간표)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최근 대북한 비핵화에 대한 발언을 보면 매번 북한에 대한 비핵화 시간표가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더욱이 비핵화 방식을 두고도 최초 PVID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였다가 다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로 변경되었다가 지금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로 바뀌었다.

지난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전인 5월에는 백악관이 내놓은 북한의 비핵화 필요 시한 시간표도 6개월-1년이라고 하였다가 싱가포르 공동성명 발표 직후에는 2년-2년 반으로 늘어졌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한이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에는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방법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북한과 논의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매파인 그는 이날 미국 NBC방송에 출연하여 “김정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그가 과거(북한)의 정권과는 다르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제 그들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차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볼턴의 1년 시한 발언에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지난 3일 “북한에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북간 비핵화 실무협상의 전망은 잘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고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긍정적인 전망도 내어놓았다.

지금 미국의 언론은 북한의 비핵화 실현 의지에 의문표를 나타내며 연일 북한의 핵시설 확장 등에 대한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공장의 확장공사를 진행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공장에 들어선 새 건물의 공사 대부분이 5월과 6월에 이뤄졌다고 했다. 미 NBC방송도 지난달 29일 북한이 농축 우라늄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다음 날에는 워싱턴포스트(WP)가 북한의 핵시설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 불신론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최대 지지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지난 1일 NBC에서 “북한이 다른 사람에게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쟁이 난다면 사상자 명단의 맨 위에 김정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비핵화 지연술(?)을 뒤늦게 눈치챈 미국은 백악관을 비롯해 언론, 의회가 집중 다발식으로 북핵의 비핵화 실행 여부를 두고 강온책을 쓰고 있다.

6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어떤 시나리오를 김정은에게 제시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미국 조야를 비롯하여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도 지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에 북한 측이 비핵화 문제를 희석시키며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만 들고 폼페이오가 귀국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측이 제시한 모든 핵 시설물의 폐기에 대한 일정표를 만들어 전달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50여 년 만에 직접 대화를 하도록 하고 한반도에서의 긴박했던 무력 충돌의 뇌관을 제거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한 결과다. 문제는 그 후에 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 대통령이 나서서 할 일이 없어졌다. 한반도 운전대가 김정은과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두 사람의 쑥덕임에 우리는 주변만 맴돌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으스름달밤이고 미국은 먹혀들지 않는 으름장만 놓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우리 군의 무장 해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미래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지 밤잠을 설치게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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