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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현대인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스트레스’일 것이다. 세상이 풍족해지고 빨라지고 편리해 지지지만 그에 비례하여 스트레스도 커지는 것 같다. 나무가 커 갈수록 그림자가 길어지듯 풍족하고 편리한 현대 생활의 그림자인 스트레스는 또 그만큼 커지는가 보다. ‘사는 것이 다 스트레스다’라고 하는 말은 현대를 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는 스트레스라고 하면 흔히 ‘업무 실적에 대한 압박감, 직장 상사의 부당한 명령, 가족의 질병, 출근길 교통지옥, 빠듯한 용돈, 떠나는 버스’같은 부정적인 의미만을 생각하게 한다. 당연히 그동안 스트레스란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휴가나 결혼, 여행, 공돈이 생기는 등의 즐겁고 좋은 것들도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유발 요인으로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다 스트레스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생리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또는 행동적으로 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는 이런 항상성을 붕괴시키거나 변경시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의 많은 것들을 동원하여 적응해 내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이 적응 하는 과정을 경고반응 단계, 저항 단계, 소진 단계라는 3가지 단계로 설명 한다. 우선 경고 반응 단계는 해로운 자극에 대한 조기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든가 체온이나 혈압, 근육 긴장, 부신 피질 호르몬의 변화 같은 방법들을 동원하여 반응을 나타낸다. 이쯤 해서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저항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저항 단계는 뇌하수체의 기능이나 호르몬들의 기능들을 동원하여 스트레스에 적응하고 항상성을 유지 하려고 노력을 하는 단계이다. 경고 반응 동안 혼란스러웠던 생리적 과정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돌아오려고 적응을 한다. 그러나 적응 과정은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서까지 스트레스가 작용을 하면 결국 소진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많은 것들을 동원하여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노력이 소진되어버리면서 그 스트레스에 저항을 할 능력이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결국 경고 반응 단계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자극’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수많은 생활사건 같은 것들은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스트레스로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각종 생활 사건들을 연구하고 자극으로서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에 점수를 매겨 정량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그 유명한 ‘사회재적응평가척도’를 개발하게 된다. 즉 결혼이라는 항목에 50점이라는 점수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각종 생활 사건들을 비교하여 적응량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한 상대적 비율을 산출한 후 이를 ‘생활변화 단위’라고 이름 붙이게 된다. 결국 이 생활변화 단의의 총합이 스트레스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 이 생활 사건들에는 배우자의 죽음, 이혼, 별거 같은 큰 사건들도 있지만 이사나 휴가, 근무조건의 변화 같은 사소한 사건들도 점수화되어 있다. 일 년에 이런 생활 사건들의 점수의 합이 330점 이상이라면 약 80% 정도가 병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할 정도로 스트레스는 자극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반응으로서의 스트레스든 자극으로서의 스트레스든 결국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스트레스를 극복의 큰 기회로 삼아 헤쳐나가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스트레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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