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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지난 4월은 포항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있어 중차대하면서도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포항과 관련된 일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였으며, 대한민국과 관련된 일은 4.27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4년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포스코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은 권오준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포스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포항으로서도 새로운 회장에 대한 리스크가 만만찮다.

특히 권 회장은 지난해 말 4년간의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 올해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로 천명한 터라 새로운 회장이 들어오면 이 같은 방향이 바뀌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 포스코는 차기 회장 후보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낙점, 오는 27일 임시총회에서의 승인절차만 남겨놓았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온 최 회장 내정자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포스코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실질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포스코가 추진해 온 변화와 개혁의 방향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취임도 하기 전 남북경협이라는 난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치권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언론 등 너나 할 것 없이 남북경협에 대한 장밋빛 비전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포스코도 분위기에 휩쓸려 오판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북한은 철광석·무연탄·석회석·마그네사이트·금 등 무려 42종의 유효 광종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자원은 최소 3천조 원 이상부터 1경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중 철광석·무연탄·석회석·마그네사이트·텅스텐·흑연 등은 철강원료와 함께 철강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는 비철사업 분야의 중요한 원료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거 남북경협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한국은 지난 2003년 광물자원공사가 북한 내 흑연광산에 665만 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3년까지 매년 3000t의 흑연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2010년 사업중단 때까지 반입한 흑연은 850t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많은 에너지 및 광물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물론 이번 4.27 정상회담이 그간의 흐름과는 크게 다르지만 정준양 회장 시절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포스코로서는 그 같은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남북경협을 앞세운 정부나 지자체의 입김도 조심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당대에 무엇인가를 남기겠다’는 공명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 박태준 회장도 회고록에서 ‘북한에 제철소를 짓고 싶다고 밝힌 것은 자청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가난한 채로 놔두면 부담은 한국이 다 질 수밖에 없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라며 공명심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었다.

어쨌든 지구 반대쪽에서 의존해 온 각종 광물자원을 바로 이웃에서 가져올 수 있다면 포스코로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일인 7월 27일 임시총회에서 회장으로 확정될 예정인 최정우 회장 후보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단어는 ‘신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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