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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한 시민단체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마침내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의 실체가 드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내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가뜩이나 국민 눈높이에서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세비를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국회가 생뚱맞게도 ‘특활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수 천만 원의 돈을 개인 쌈짓돈처럼 챙겨왔다는 사실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툭하면 명분 없는 정쟁으로 국회 일정을 마비시키고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은 해당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와중에도 교섭단체대표라는 지위 하나로 매달 6,000만원의 특활비를 챙기는가 하면 상임위원장 과 특별위원장 역시 매달 600만 원씩을 받아 갔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또한 말로만 제각기 민생정당임을 표방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계파 간 권력다툼에만 골몰하는 정당이 원내교섭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정책 지원비’, ‘단체 활동비’ 그리고 ‘회기별 단체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특활비가 지원됐다는 사실엔 한숨이 절로 난다.

정부부처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의 특활비 사용은 물론이고 예산 낭비지출에 대해서 그렇게 목청을 높이며 한목소리로 훈계하던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그동안 죽어라 숨겼던 이유는 뭘까. 어차피 눈먼 돈이니 국민 몰래 아무렇게나 쓰려는 속셈이 아니었겠는가. 쓰고 남은 특활비를 자신의 가정생활비로 줬다거나 자녀의 유학비용으로 썼다는 일부 의원들의 뻔뻔한 자기 고백이 그 방증이다.

사법·입법 감시 법률전문 NGO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대 국회 2차년(2017년 5월 29일~2018년 5월 29일)도 본회의 출결상황(134회)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67회) 이상 자리를 지키지 않은 국회의원이 33명으로 조사됐다. 부끄럽게도 경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12명)의 평균 국회 재석률은 48.22%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출근 도장만 찍고는 사라져버린 꼴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라면 마땅한 해고사유가 되겠지만 이들에게는 전혀 해당 없음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고 공개적이어야 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특수 활동 영역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입법과정이 비밀리에 이뤄져서도 안 되고 감시기능 역시 특수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니 사용처 불문의 ‘특활비’라는 예산 명목은 애초부터 사정기관이 아닌 입법기관인 국회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거대정당들은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존재 이유 자체가 없는 걸 굳이 국민적 비판을 무시하면서까지 그대로 두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뿐이다. 나아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안일한 개선안 역시 국민은 ‘꼼수’로 여길 게 분명하다.

다른 정치 선진국 의원에 비해 보좌진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도 질 높은 입법 활동을 위해선 필수라고 우기는 게 우리나라 의원들이다. 그리고 막대한 세비를 받으면서도 각종 경비는 별도로 지원받는 걸 너무도 당연시한다. 애당초 ‘국회 특활비’란 명목을 만든 것도 그들이고 없애는 것 또한 그들만의 입법 고유권한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답답함은 그저 유권자들의 몫일 뿐이다. 그래도 국회 ‘특활비’는 폐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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