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개량 '마린온' 전력화사업' 재검토해야
軍, 원인 규명때까지 90여대 운항 전면 중지
결함 발견땐 태국·이라크 등 해외수출도 악영향

18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에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이 계류해 있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상륙기동헬기(MUH-1) 1대가 추락해 승무원 6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연합
수리온 계열의 국산 최초 헬기 추락사고가 두번째 발생해 전략화사업 차질과 함께 정부 방위산업 자존심이 구겨졌다

육군은 수리온이 17일 포항 해병대에서 추락해 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수리온을 개량한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이후 각급 부대에 배치된 90여 대의 수리온 헬기 운항을 18일 전면 중지했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해병대의 사고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 운항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병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헬기 운항을 전면 금지했고, 조사결과 후 운항 재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수리온은 주로 의무후송, 탐색·구조, 전술 수송, 군수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 병력을 태워 공중강습 임무도 할 수 있다.

무게 8.9t에 운용 고도는 최고 1만3천 피트(약 4㎞)이며 조종사 2명에 최대 16명의 병력을 태울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272㎞다. 수리온은 유럽 헬기업체 유로콥터의 ‘쿠거’와 ‘슈퍼 푸마’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돼 한반도 전역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해병대는 17일 시험비행 중 추락해 5명의 인명피해를 낸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조사 결과는 2023년까지 총 28대의 마린온을 도입할 계획인 해병대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선 마린온 도입으로 첫 상륙기동헬기 전력화 계획을 추진해온 해병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특히 조사 결과 기체 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나면 매년 4~6대를 납품해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전력화한다는 군 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주무기관인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현재로선 언급하기 어렵다”며 “장비 결함이 있더라도 그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따라 전력화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리온 헬기는 지난 2009년 예산 총 1조3000억원이 투입돼 개발됐다. 그러나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마린온의 원형인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은 2012년 말 전력화 이후 크고 작은 사고를 내며 결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12호기와 2호기가 엔진 과속 후 정지 현상으로 비상착륙했고, 같은 해 12월에도 수리온 4호기가 같은 현상으로 추락했다. 2014년 8월에는 수리온 16호기가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의 충돌로 파손돼 엔진이 정지했다.

이외도 2013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차례의 윈드실드 파손 사례가 보고됐고, 기체가 진동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프레임(뼈대)에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작년 7월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수리온이 전투용은커녕 헬기로서 비행 안전성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전력화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수리온이 결빙성능과 낙뢰보호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엔진 형식인증을 거치지 않아 비행 안전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전력화 재개 결정을 내린 장명진 방사청장 등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리온의 개량형인 마린온에서도 추락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수리온 계열 헬기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리온에서 파생된 헬기로는 의무후송용 헬기와 산불진화용 헬기 등이 있다.

이러한 수리온 결함설에 따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보도를 보면) 수리온이 결함이 있었던 헬기라고 해서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의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고 설명했다.

마린온 추락 사고 조사 결과 한국항공우주(KAI)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수리온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수리온은 KAI가 체계개발을 맡고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참여해 개발했다. 방위사업청은 2013년 개발 완료를 선언했고 그해 5월부터 육군에 배치됐다. KAI는 현재까지 육군에 약 90대의 수리온을 납품했고 인도네시아, 태국, 이라크, 중남미 등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마린온’ 사고로 헬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 (KAI)가 18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9.34% 하락한 3만4천4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3만4천3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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