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순직 해병 합동 영결식···해병대장으로 엄수·고인 배웅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원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故 김세영 중사의 여동생이 김 중사의 영정을 쓰다듬으며 보고싶다 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한 번만 만질 수 있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관이라도 한번만”

해병대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의 합동 영결식이 23일 포항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해병대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9시 23분, 도솔관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유가족들은 순직 장병들의 위패와 관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운구함을 붙잡고 “당신이 왜 여기 있느냐. 도대체 왜”라고 쓰러져가며 오열했고, 이들을 부축하던 동료 장병들도 숨죽여 흐느꼈다.

서너 살배기의 어린 유족은 슬픔에 잠긴 어머니의 다리에 매달린 채 울며 아버지를 찾았다.

이번 영결식은 유가족과 친지들을 비롯해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 해병대 장병, 군 주요 지휘관, 시민 등 약 1000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영현 입장과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보고, 조사, 추도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조총 발사 및 묵념, 영현 운구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장의위원장인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은 “전우를 지켜주지 못한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랑스러운 아들, 든든한 아버지, 사랑스러운 남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들에게도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이어 “우리는 그날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겠다”며 “5인의 해병을 뼛속에 새기고 뇌리에 각인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유족들과 동료 해병대원들은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흐느끼거나 눈물을 흘리며 애통함을 나타냈다.

울 힘도 없어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멍하니 영정 사진을 바라보기만 하는 유족들도 더러 있었다.

순직한 5명의 추도를 맡은 각각의 동기 대표 5명은 추도사를 읽던 중 차오르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하거나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추도사를 읽어갔다.

고 김정일 대령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이승훈 중령은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애통함이 밀려온다”며 울먹였으며 고 노동환 중령 사관후보생 동기인 김성준 소령은 “너의 희생정신은 우리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고 김진화 상사 부사관 동기 김기상 중사는 “교육 기간에 함께 한 동기를 못 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흐느꼈고 고 김세영 중사 동기 지동구 하사는 “항공대에 들어간 기쁨이 안타까움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 박재우 병장 입대 동기이자 같은 항공대에 근무하는 정의재 상병은 “치솟는 연기를 보고 활주로로 달려가면서 순간을 부정했지만 불길에 휩싸인 동체를 봤다”며 “지금 이 현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고 흐느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추도사에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추모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여기저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일부 유가족들은 “이게 뭐냐”며 소리 지르기도 했다.

영상에는 순직장병들이 헬기 앞에 선 늠름한 모습을 비롯해 일상생활 중 동료들과 찍은 사진들이 나왔고 이들의 밝게 웃는 표정을 보는 유족들은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순직 장병들이 가는 마지막 길에는 사단 장병들이 도열해 동료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경례로 배웅했다.

순직 장병들의 영현은 고인들의 해병대 정신이 깃들고 꿈을 키웠던 항공대 등 주둔지를 돌아본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또 순직 장병을 기억하기 위해 위령탑을 건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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