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안정성 확보 차원

대구법원 전경
종류가 다른 기름을 주유하는 사고가 났을 때는 연료계통 라인의 단순한 세척을 넘어 부품교환 등 적극적인 수리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4민사부(이상오 부장판사)는 주유소에서 혼유사고 피해를 본 A씨가 주유소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차량수리비 1355만 원과 렌트 비용 96만 원 등 145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신적 손해배상금 200만 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1심은 수리비 94만9630원 과 렌트 비용 48만 원 등 128만6667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포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6년 5월 24일 낮 12시 38분께 제주시에서 경유 차량인 크라이슬러 300C 승용차로 주유소에 들렀고, 주유소 직원은 휘발유 67.114ℓ를 주유했다. 주유를 마친 뒤 200m를 운행하자 진동이 발생했고, A씨는 시동을 끈 뒤 영수증을 통해 경유가 아닌 휘발유가 주유 된 사실을 파악했다. 공식서비스센테에서 연료펌프와 고압 펌프 등을 교체한 후 그해 10월 25일 주유소 운영자에게 수리비 1758만2180원 을 청구했다. 서비스센터 정비사는 해당 차량의 고압 펌프 부분에 쇳가루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혼유수리 매뉴얼에 따라 인젝터, 고압 펌프, 연료펌프, 연료 레일 등 연료계통 라인을 모두 교환했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서로 달랐다.

1심은 “짧은 시간 혼유가 공급된 사정만으로 연료장치에 고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윤활 문제로 인한 관련 부분의 손상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연료펌프와 연료 레일, 고압 펌프 등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료 필터 교환과 나머지 연료 라인의 세척만으로도 충분해 수리비는 94만9630원 만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리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해 자동차의 안정성에 대한 의심을 가진 채 자동차를 계속 운행하도록 하는 것은 운전자에게 가혹한 일”이라면서 “합리적은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동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신, A씨가 청구한 수리비(1758만2180원)가 차량 교환가격인 1405만 원 보다 높은 점을 고려해 교환가격에서 폐차 시 적용되는 고철값 50만 원을 뺀 금액을 최종 수리비(1355만 원)로 인정했다.

이혜랑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오늘날 자동차는 일상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도구인 한편 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주는 도구로서 운전자의 입장에서 자동차를 운행한다는 것은 생명·신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자동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연료계통 라인의 단순한 세척을 넘어 부품 교환 등의 적극적인 수리를 포함해 차량의 적정 수리비를 차량의 교환가격 범위 내에서 폭넓게 인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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