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환경운동연합, 특별재난지구 선포 촉구

대구 낮 최고기온이 35.9℃에 이르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 7월 12일 대구 북구 칠성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종태 씨(83)가 창문조차 없는 한 뼘 남짓한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한 채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경북일보 DB.
대구 쪽방촌 생활인들이 40℃에 가까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구시가 쪽방촌 생활인과 노숙인에 대한 현장대응반까지 꾸렸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쪽방생활상담소는 6월 25일부터 4일간 대구 북구와 중구 일대 쪽방촌에서 사는 생활인을 상대로 여름철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1대 1 대면 면접조사에 응답한 48가구 중 46가구의 주 냉방시설이 선풍기라고 답했다. 건강한 대구시민들도 견디기 힘든 폭염이 내뿜는 열기를 낡은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48가구 모두 1970년 이전이나 70년대 만들어진 곳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평균 주거용 사용면적은 1.63평에 불과했다. 바깥 기온이나 습도가 쪽방 내부와 별반 다르지 않는 데다 창문조차 없거나 한 개의 창문에다 단열이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으로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1인 가구인 48가구의 평균연령은 65.3세, 노인세대인 26가구의 평균연령은 72.7세였다. 48가구 중 20가구가 폭염 때문에 어지러움이나 두통을 호소한다고 답했다. 구역질과 구토, 호흡곤란, 당뇨 등 지병 악화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쪽방촌 생활인들은 전기요금 차감이나 등유 등을 살 수 있는 바우처 지급이나 냉·난방기기 교체, 가전제품 교체, 단열이나 지붕 지급 등의 에너지복지 정책을 원하고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반빈곤네트워크 등은 대구의 폭염을 ‘40℃의 화염지옥’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정부가 즉각적으로 폭염 특별재난지구 선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중앙정부 차원의 주거빈곤층 폭염 대책 수립을 위한 민관 대책기구 수립과 임시거주시설 제공, 주거빈곤층에 대한 주거실태와 건강권 실태조사 등을 요구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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