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바위새 공기 들어 가 애추 지형 아래 빙혈·풍혈 밀집
입소문에 피서 관광객 인산인해

지난 29일 청송 얼음골 동굴에서 피서객들이 생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있다.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웃도는 정말 살인적인 더위로 집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밤에는 초열대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는 숙면이 어려울 정도다. 폭염을 피하지 말고 즐기기 위해 청송군 부동면 얼음골을 찾았다. 얼음골은 가마솥더위가 얼씬도 못 하는 성역이다. 삼복더위에도 담요 덮고 있어야 할 정도로 얼음골의 계절은 거꾸로 가고 있었다.

지난 29일 오후 청송의 낮 최고 기온은 37도. 얼음골 계곡 야영장엔 화려한 텐트로 꽉 차있었으나 내리쬐는 햇볕을 받은 텐트들은 주인을 잃은 채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야영장 한쪽 작은 느티나무 그늘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김윤규 (경기도 안양시·27세)씨 부부에게 야영장에 왜 사람이 없느냐고 묻자, 텐트 안의 온도가 50도는 넘어 강 건너 풍혈이 있는 곳에서 모두 피서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징검다리를 건너자 10여 명의 피서객이 약수터 동굴에서 약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찬기를 느꼈다. 피서객이 건네주는 한 바가지의 물맛은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듯 시원하고 맛있었다. 공기도 좋고 물맛도 시원하니 일품이고 건강에도 좋은 물이라니 1석 3조의 약수터가 분명한 것 같았다.

얼음골은 산 사면에 암석들이 쌓여있는 지형인 ‘애추’ 너덜지대라고 한다. 비교적 두껍게 쌓여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의 틈새로 들어간 공기는 온도가 낮고 습한 지하의 영향을 받으며 바위틈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되고 애추 지형의 아래쪽에서는 차갑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면서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는데 이때 공기 중의 습기가 기화하면서 온도가 낮아져 얼음골이 형성된다고 하니 과학적으로도 신기하기만 하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진 31일 청송군 부동면 얼음골 계곡에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얼음골 계곡 주변은 한여름 외부온도가 32도가 넘으면 얼음이 어는 빙혈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밀집해 있어 폭염은 얼씬도 못하는 성역이다.
얼음골 계곡 주변은 한여름 외부온도가 32도가 넘으면 얼음이 어는 빙혈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미 이곳은 인산인해다. 2~3백m의 길게 늘어진 공간에는 피서객들로 꽉 차있었다. 양산으로 냉기를 막고 낮잠을 즐기는 노부부, 풍혈에서 식힌 과일을 먹으며 화투놀이 삼매경인 중년들, 작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낮잠을 즐기는 연인들…등 대부분 사람은 37도의 무더위를 잊은 채 편안한 모습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이 아마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

“시원해요”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캔커피를 건네주는 김정자(서울·47)씨는 “청송 대명콘도에서 1박하고 잠깐 얼음골을 들렀다가 바닷가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려 했는데 잠깐이 내리 4일 얼음골을 지키고 있다”며 “다음 해 휴가는 얼음골에서만 보내기로 친구들과 이미 약속까지 했다”며 얼음골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지난 6월16일 얼음이 언 청송얼음골. 사진은 수부정식당 김필상씨 제공


얼음골 터줏대감 김필상 (수부정식당 주인·76세)씨는 40여 년 전에 이 자리에서 농사를 지은 토박이다. 당시 너무나 오지라 일반인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고 주변은 논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김씨가 당시 1970년대 초 방송국과 신문사를 전전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해 명소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창진 기자
이창진 기자 cjlee@kyongbuk.co.kr

청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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