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글자 필요 없어
여름 글자 필요 없어
  • 정재학
  • 승인 2018년 08월 07일 18시 09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8월 08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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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나를 닮아 수박을 좋아한다. 수박 때문에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 글자를 써달라고 한다. “여름”이라고 써주자 그림책을 가져와 무성한 푸른 잎을 거느린 나무 그림을 보여주며 여름 글자 필요 없어, 이게 여름이니까. 여름 생각하면 수박, 여름 생각하면 자두, 여름 생각하면 포도, 여름 생각하면 매미, 아빠, 매미 말고 여름에 태어나는 게 또 뭐 있어? 모기. 모기? 모기는 물기나 하고 너무 시시해. 아이가 시시해하는 모기 때문에 여름마다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모기약이 아이한테 해로울까 봐 새벽에 잠 설치며 한 마리 한 마리 직접 잡았으니…. 그 시시한 모기 소리가 얼마나 선명하게 들리던지. 모기야, 아기 피 말고 내 피를 빨아먹으렴. 아기가 모기 많이 물리면 속상해하시는 장모님 얼굴이 생각나 두려웠던 여름날들. 그림책보다 더 여름 같은 나무를 볼 날이 달려오고 있다.





(감상) ‘여름’이라는 글자는 그 이름이 ‘여름’일뿐 실제 존재와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하여 어린 아들에게 여름은 그림책에 나오는 나무 그림이고, 눈에 비치는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주로 먹는 과일과 우는 곤충으로 여름을 연상하는데, 특히 모기와의 전쟁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름은 아기대신 시인의 피를 대신하고 싶은 계절이었답니다. 뜨거운 여름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서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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