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그 물컹물컹한 덩어리를
나는 청평호에서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덩어리들이 불어나면서
대청호가 거대한 시궁창으로 변하는 것을
악취 속에서 지켜봤다고 한다


이 괴물체는
(누구라고 밝히지 않겠으나)
부패한 누군가가 우리에게 안겨준 것이다
중음의 냄새나는 중음신들처럼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기고 있는 괴물


도처에서 점점 불어나는 이 물컹한 괴물들과
둥둥 떠다니는 괴물들의 사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부패한 그놈은 오늘도 흐물흐물 웃고 있다





(감상) 해삼처럼 생긴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에 대거 번식하게 된 것은 흐르는 물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이 괴물체는 자본을 잠식하려는 권력자가 안겨준 것입니다. 물고기를 죽음으로 몰고 가듯, 서민들의 삶이 파괴되더라도 자신의 배만 불리는 가장 무서운 괴물이 바로 탐욕에 빠진 인간입니다. 죽어서도 중음신처럼 돈 먹는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것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모든 게 다 썩어도 /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방부제가 썩는 나라」)고 오늘도 반성은커녕 부패한 인간은 웃으면서 또 다른 거짓말을 짓고 있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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