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입술
  • 이성복
  • 승인 2018년 08월 19일 18시 58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8월 20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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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유리창에 대고 네가 뭐라고

속삭일 때 네 입술의 안쪽을 보았다

은박지에 썰어 놓은 해삼 같은 입술

양잿물에 헹궈 놓은 막창 같은 입술

쓰레기통 속 고양이 탯줄 같은 입술,

이라고 말하려다 나는 또 그만둔다

애인이여, 내 눈엔 축축한 살코기밖에

안 보인다, 내 꿈에 낀 백태 때문에





(감상)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일 때는 여러 입술로 보이지만, 사랑하는 애인의 입술은 살코기로 보인다. 숭어처럼 내 눈에 백태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입술을 보고도 그 사람의 눈과 마음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 가늠할 수 있다. 너무 뚜렷한 입술 선은 누구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인가. 입술과 입술이 포개질 때 눈을 감을 수밖에 없으므로 눈동자는 흐릿해진다. 아니 백태가 끼어 봉사가 되고 만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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