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신에 바탕을 둔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70%가 넘는 고공의 여론을 등에 업고 남북문제는 물론 국가 경제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은 국내외 전문가는 물론, 지방의 자영업자나 택시 운전기사들까지도 심각한 지경이라 한목소리다. 50조 원 넘게 쏟아 부은 일자리 정책이지만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는 줄고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90%에 육박하고, 물가가 치솟고 있다.

이 같은 경제 난국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공약이나 경도된 이념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국민에 양해를 구하고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얽힌 경제 정책을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일정한 생산이 없으면 민심도 떠나는 법이다.

가장 먼저 국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탈원전 정책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원전 수출길이 막히고 있다. 영국 원전에 이어 내년에 결정될 사우디 원전 수주도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약 22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공사에 우선 협상 대장자의 지위를 잃었다. 21조 원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에도 뛰어 들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국내에서 짓기로 했던 원전을 백지화하고 멀쩡한 원전을 폐기하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원전 수출을 한다는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을 펴는 동안 올해 4월 22조 원 규모의 터키 원전건설에는 러시아와 영국 원자력기업인 로자톰이 수주했다. 로자톰은 신규 원전 33기 146조 원 규모를 주문받은 상태라 한다. 중국도 터키에서 원전건설을 수주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에 건설 중인 원전이 모두 59기나 된다. 그야말로 수출의 보고인 셈이다.

최근 원자력학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1.6%가 원자력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한 사람은 26%였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이용을 찬성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지난해 6월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논란을 겪으면서 탈원전 정책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로 분석된다.

탈원전 선언 이후 잘 나가던 한국전력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1조2590억 원 순이익을 냈는데 올 상반기에는 1조1690억 원 적자를 낸 것이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을 포기하고 비싼 연료의 가스발전소를 돌렸기 때문이다. 한전뿐 아니라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도 올 상반기 5500억 원 당기 순손실을 냈다. 잘나가던 공기업들이 적자기업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차 국민에게 적자 부담이 전가돼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탈원전으로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일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시설 건설 때문이다. 정부는 100조 원을 투자해 2017년 11.3GW이던 신재생 발전 설비를 2030년 58.5GW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전국 곳곳의 산천을 파헤쳐 인근 주민과 말썽이 빚어지고 있고, 심각한 환경 훼손이 일어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국가적으로 뿐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엄청난 폐해를 낳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의하면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백지화로 앞으로 60년 동안 사업자금, 기본 지원금, 지역자원 시설세 등 지역의 법정 지원금 감소액이 1조80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지역 지원금 123억9800억 원이 준다. 이뿐 아니라 울진에 추진 중이던 신한울원전 3·4호기 사업 백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도 막대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설비가 과다 건설됐다며 지난해 말 8차 전력 수급계획을 수립하며 신규로 건설할 예정이던 울진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삼척 원전 1·2호기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경북도가 건국대 김준모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경북지역 원전 가동 중단과 신규원전 백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손실비용이 무려 9조4935억 원이나 된다. 울진 한울원전 3·4호기,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등 신규원전 4기 백지화로 고용감소가 연인원 1240만 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인한 고용 감소도 연인원 32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지역에 이렇다 할 지원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책만 밀어붙일 뿐 지역경제의 망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간 경북도가 역점 추진해 온 통해안에너지클러스터 사업의 대안으로 제시한 국제원자력안전 연구단지 조성 사업도 흐지부지 될 전망이다. 경북도는 원자력연구단지에 원자력안전연구센터, 방사선융합기술원, 원자력해체연구소 등을 유치해 탈원전 대안 사업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확정된 것이 없다. 급기야 경북 동해안 포항과 경주, 영덕, 울진, 울릉 등 5개 시군이 탈원전 정책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5개 시군의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들의 아우성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인다면 거국적인 경제살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적으로 천문학적 경제 손실을 가져오고, 지역적으로 엄청난 폐해를 낳고 있는 탈원전 정책부터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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