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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은 언제나 자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유의지에 따라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어떤 제약으로 못 만나거나 어떤 종류의 교류도 못 하는 현실은 그 자체가 반인권적이다.

우리 민족은 일제의 참혹한 통치에 이은 외세의 분할점령으로 분단되었다. 해방 직후 뜨거운 통일 논의가 일어났지만 민족 구성원들과 지도자들이 단합하지 못한 결과 미국, 소련이라는 거대 제국의 힘에 휘둘렸고 분단은 기정사실이 되어갔다. 결국 전쟁까지 겪게 되고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족끼리 적대하는 역사를 살았다. 잘못하면 분단시대는 100년을 채울지도 모른다.

분단의 역사를 끝내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분단의 사슬을 끊고 평화적 통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뒤돌아 보아야 한다. 분단 해소는커녕 가족끼리 친척끼리 친구끼리 또 다른 인연의 끈을 가진 사람끼리 자유로운 접촉조차 못 하게 한 것은 남북한 정부 당국과 위정자들의 무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주요 공항에는 대만으로 가는 출입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같은 분단국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서로 왔다 갔다 하고 무역도 자유롭게 하는데 우리 민족은 왜 저렇게 하지 못하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남들이 우리 민족을 두고 참으로 못난 민족이라고 수군거려도 할 말이 없다.

통일부가 추정한 바로는 이산가족은 60-70만명에 이른다. 2세, 3세까지 합치면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다. 이산가족이 2000년에 처음 만난 뒤 21차에 걸쳐 만난 가족이 4000가족에 불과하다. 상봉을 신청한 사람 가운데 7만여명이 사망하고 남은 사람이 5만 6천여 명이다. 이번처럼 100명 수준으로 만난다고 하면 무려 50년 동안 만나야 모두 만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고령층 이산가족 대부분은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다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 태어나지 않고 다른 곳에 태어났다면 전혀 겪지 않아도 되는 아픔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을 했나. 국가에게 혈육을 갈라놓을 권능을 누가 부여했는가.

분단시대는 양측에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일 국가일 때와는 다른 문제가 분명 있다. 어느 한쪽 정부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그렇다고 둘 다 잘못했다고 하기도 그렇다. 어느 한쪽만 잘못했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또 분단 상황의 흐름은 주변 4강, 나아가 국제정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남북 양측의 권력만 비판할 수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아무도 책임이 없는 문제로 되어버리고 만다.

해방 70여년 동안 그리고 전쟁 이후 60여년 동안 남북 민중들이 서로 오가는 건 고사하고 만나지도 못하고 왕래도 못 하고 서신도 주고받지 못하고 심지어 생사조차 확인 못 하는 상황을 만든 책임은 한반도에 사는 민족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두 정부에게 있다. 현재의 두 정부는 해방 후 긴긴 세월 동안 집권했던 역대 정부를 대표한다. 남북 두 정부가 자신의 정권을 포함한 역대 정부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공동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다음 달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양측 정상이 8000만 민족과 이산가족 앞에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년 평양정상회담 이후 1년 동안 70세 이상의 고령층은 모두 만날 수 있도록 하고 70세 미만의 연령층은 이후 1년에 걸쳐 모두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번 만난 사람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인권의 길이고 평화의 길이고 통일의 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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