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특집] 文 정부 TK패싱 심화···대안산업 등 내부 성장동력 찾아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이후 궤멸 상태에 빠진 자유한국당을 되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연일 민생현장을 돌며 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지역구를 찾아 당원들을 다독이는 등 동분서주하면서 한국당을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이 조금씩 변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편에서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언어의 품격이 올라가고 계파 갈등이 수그러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인적 청산을 포함한 속도감 있는 쇄신이 이뤄지지 않아 당이 정체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과 ‘국가주의’를 비판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정책 방향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한국당 지지율도 쉽게 오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단기처방이 아닌 가치와 미래비전을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일보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한국당의 혁신방향과 미래비전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념·노선 투쟁을 통한 ‘새로운 비전’과 ‘가치 재정립’을 정책으로 구현한다고 했는데 혁신방향과 성과는.

 사람들이 혁신이라고 하면 사람 바꾸는(자르거나 영입) 걸로 생각한다. 저보고도 사람 안 자른다고 따가운 말씀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의원)늘 자르고 영입해 왔다. 현재 한국당 초선의원은 40명가량 되는데 그만큼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당 사정은 엉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에서 사람을 영입하고 잘라 내느냐다.

한국당에는 분명한 기준이 없다. 자르기 전에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미래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이쪽에서 혁신방향을 잡고 그런 다음에 정부정책을 방어하거나 잘못된 것은 막고 모자라는 것은 보태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서 공천제도나 당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특히,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 집중하겠다.

△항상 우리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한국당을 구할 비상대책은.

비전을 새로 세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비전은 성장인데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야 한다. 지금 경제가 너무 어렵다. 사람들의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 이런 때일수록 다시 성장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국가주도의 성장모델과는 달라야 한다. 당시는 시장이 작고 시민사회도 발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든 주체들의 정보력과 생산력, 자금동원력 등이 커졌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의 성장이 필요하다.

국가나 정부는 약자보호나 공정한 질서를 만들고 안보·평화를 지키고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등 시장이나 시민사회가 못하는 걸 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기능이다. 국가는 이렇게 하고 시장주체인 기업은 열심히 뛸 때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정책을 만들어 국민 앞에 내보이고 실천하는 것이 한국당을 구제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는 물론 예산까지도 TK(대구·경북) 패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 TK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결국 발전동력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토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것을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각에서 지역의 장점과 단잠을 따져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서 좀 더 강해지는 내부적인 혁신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중앙정부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과 고민을 통해 새로운 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다음에 정부에 관심을 촉구하고 불이익당한다고 느껴지는 것은 요구를 해야 한다. 물론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안된다. 지역민들이 힘을 합치고 발전의 동력을 내부에 찾아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정부를 압박하면 받아줄 수밖에 없다.

전국이 서해→남해→동해로 국토가 U자형으로 발전하는 경향인데 대구가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산업구조도 직물과 자동차부품 등으로 단순하다.

여기에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대구경제가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대구의 대안적 산업모델 뭔지 특히 국토의 전체적인 발전 방향에 맞춰 어떤 대안적 산업 모델을 가져야 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비대위원장에 취임하고 지속적으로 민심 청취를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국민의 요구나 쓴소리는 어떤 것이 있나.

 많습니다. 온갖 얘기 다 나온다… (웃음)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은 “말 좀 점잖게 해라”고 “국회의원들 제발 유권자 생각해라. 당선되면 앞뒤 안 보고 어깨 힘만 주고 있다”다. 심지어는 “당을 해체해라 보기도 싫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일부러 나가서 듣는 이유는 내 주변의 얘기와 길가다 우연히 만나 듣는 얘기는 저에게 닿는 느낌이 다르다. 훨씬 강하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일부에서는 “정말 잘해서 당을 제대로 세워달라”는 격려도 듣는다.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계시는데 결과물은.

많은 분이 한 달이 지났는데 뭔가가 안 보인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바로 비전과 그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실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제가 취임하고 왜 정부가 매일 완장 차고 시장과 시민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안된다고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학교 내 자판기 철거 같은 사소한 것까지 자기들 멋대로 잣대를 들이대 법까지 정해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가 비판하고 나서니 의원들이 기존 내놓은 법안들을 분류해 정부가 완장 차고 간섭이 심한 것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우리 국가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계파논쟁도 많이 사라졌다. 계파논쟁이 심할 때는 싸움 잘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오는데 지금은 정책을 얘기하니까 정책 전문가가 앞으로 나선다. 그것만 해도 당 안에 엄청난 변화다. 국민은 잘 안 보이겠지만 당 안에는 한 달 사이 많은 것이 변화되고 있다. 앞으로 소위원회에서 각종 개혁안(공천·회의·당원권리 규정 등)을 만들어 내면서 당이 많이 바뀔 것이다. 밖으로는 이 정부 실정에 대해 잘못하는 것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잘하는 것은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안 되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과는 거꾸로 가는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 등이다. 이것의 핵심적인 사업은 최저임금제인데 이는 우리당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이건 안된다고 하는 모델이다. 이런 식으로 새 경제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있을 수 없는데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소득주도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지지세력인 대형노조 등이 뒤에서 받치고 있으니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고치도록 해 보겠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핵이라면 나쁘다고 주장하면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걱정이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김병준 비대위’의 행보가 일각에서는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지금은 한국당 살리기에 급급하다. 비대위 성공이 아닌 실패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신없다. 오히려 대권 얘기 때문에 제가 정말 잘 못 움직인다. 자기 정치 한다는 오해가 생기면 안 된다.

△계파 갈등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인적청산 작업이 미뤄지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없다고 얘기는 못한다. 인적청산을 의미하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치적·법률적 이유 때문에 당협위원장 직을 회수하는 것은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다. 비대위가 내년 2월까지는 갈 것 같은데 그때까지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현역의원들은 선거에 당선된 사람들인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직 선거일이 많이 남아있어 비대위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비대위는 비상상황이 정리되면 해체된다. 저도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비대위원장을 맡고 나서는 고향 가는 것도 다르게 해석돼 곤란을 겪는다. 고향 분들을 만나보면 참 어려운데 화가 나는 일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TK 인사배제 등 잘려 나오는 그런 일이 많다. 화나는 일이다. 정부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인사만 있으면 TK가 되겠나 라는 회의적인 느낌이 많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더라도 용기를 내셔야 한다. 낙담하거나 힘 빠질 이유가 없다. TK는 그동안 많은 지도자를 길러낸 곳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지도자가 되든 스스로 이런 기회에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내부적으로 갖춰야 한다. 내부적인 혁신역량을 갖춰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역량을 뚝심을 보여줘야 한다. 꼭 그렇게 하실 것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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