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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이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 들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내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편지로 인해 미·북 간 비핵화 논의가 중단됐다. 미 정가와 언론에서는 기존의 협상 구도로는 비핵화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김영철이 폼페이오 장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협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가 있고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본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편지가 적대적인 내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백악관의 매파 가운데서도 비교적 온건파인 폼페이오 장관을 앞세운 것을 이번 ‘김영철 편지’로 인해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교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이 북한의 적대적 편지에 강경책으로 맞설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관계 개선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점쳐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전망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함께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에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자칫 한반도에 신냉전 기류가 덮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견해들이 나오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번 ‘김영철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의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친서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해 줄 것을 김정은에게 요구했었다. 미국 측이 북한에 요구한 선(先) 비핵화 조치에는 핵 목록 제출과 핵탄두 상당수에 대한 조기 폐기 등이 담겨 있다.

특히 트럼프의 매파 참모들 간에는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 없이는 종전선언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 측이 비핵화에 앞서 종전선언부터 먼저 하자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원인에 대해 “북한은 선 종전선언 채택을, 미국은 선 비핵화 선언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 주장이 충돌이 돼 못 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한 초강경 기류 속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9일 미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선의의 조치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군사훈련 일부를 중단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중단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앞으로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라 훈련이 재개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워 게임’을 중단하겠다”라고 밝혔고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케이맵(KMEP)을 중단했다.

이제 미·북이 본격적인 비핵화 싸움으로 진입하면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격랑의 파도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에 가깝게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9·9절 행사에 맞춰 평양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도 9월 안으로 되어 있어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의 기류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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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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