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jpg
▲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통학버스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는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 어린이는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어린이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이유이다.

지난 7월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9인승 통학차량에서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운전기사는 어린이가 모두 내렸다고 생각하고 버스 문을 잠그고 다른 일을 보러 갔다. 버스 안에는 네 살배기 원생 한 명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폭염이 한창인 때 7시간 이상 방치된 아이는 결국 숨졌다. 안전벨트를 맨 채였다.

교육부는 통학버스 안전 확인 장치 도입에 예산 46억을 지원할 것이라 한다. 유·초·특수학교 통학차량 15000여 대에 30만 원씩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사설학원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기고 권고하는 것으로 했다. ‘자율’이라는 말은 어감은 좋다. 하지만 안전을 자율에 맡긴다 함은 강제적 실행력을 포기한 것으로 시민안전, 어린이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팽개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장치를 사설학원에 의무화하지 않으면 일부는 안전장치를 설치하겠지만 상당한 수의 학원, 경우에 따라서는 대부분의 학원이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행하게 될 것이다. 영세한 학원에 대해서는 재정을 지원해서라도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통학버스에는 동승자 탑승을 의무화하고 동승자에게 어린이 승하차 여부를 확인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처벌 규정이 미미하다. ‘과태료 최대 20만 원’이 전부다.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뭔가 한다는 면피용 규정이다. 처벌규정이 약하다 보니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고 그 결과는 끔찍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고 하지만 실효성 있는 처벌 규정이 없는 법률은 법률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다시 한 번 국가의 부재, 입법부의 부재를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계를 설치한다고 해서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기계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생각 자체가 안전불감증의 표현일 수 있다. 기계는 안전장치가 아니고 안전을 보조하는 장치일 뿐이다. 기계 맹신은 또 다른 안전참사로 연결될 수 있다.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탓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안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갖는 것이다. 안전은 확보되어도 되고 안되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절대 가치라는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어린이는 어떤 경우에도 안전사고에 노출되거나 안전 무방비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통학버스 운전자격은 어린이, 청소년 안전에 대해 특별한 교육과 훈련을 한 사람에게만 부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을 할 수 있고 2년에 3시간 형식적인 교육만 받으면 계속 운전을 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는 어린이 안전은 확보될 수 없다.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은 보통의 운전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과 사명감을 요구한다. 어린이 안전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이 있고 어린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통학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운전자의 양심과 능력에 내맡겨서는 어린이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캐나다처럼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사고가 나는 경우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학원과 인솔 교사에게 어린이 통학차량 상·하차 때 안전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교사에 대해서는 합당한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