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근처에 머물며
근처를 많이 베껴 썼다
어중간한 시간을 펼쳐놓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그 부근에 얼쩡대고 있다
어머니 근처에는 다시 어머니가 있고
겨울 근처에는 시린 북벽(北壁)과
대학사 투명 유리 모서리가 있다
나도 누군가의 희미한 근처로 머물러 있는 걸까
근처에 독한 에스프레소와 순정한 사랑이 있고
근처에 근처들 늘 거기 그렇게 편하다
때로는 단추로 잠겨져 있기도 하고
푸른 화살표가 가리키는 안쪽에 서 있기도 하는 것인데
수많은 근처들
연두 새 물 뒤집어쓰고 들 옆으로
또 다른 근처로 넘겨지고 있다





<감상> 시를 쓰려면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변두리를 돌아다녀야만 가능하다. 중앙에서 벗어나야 열린 사고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편도 아닌, 편 가르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랫사람을 종속시키지 않는, 어정쩡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 힘들다. 진정한 시인의 삶이 그러하기에 근처들이 편하다는 말은 역설적이다. 근엄한 넥타이와 꼭 잠겨진 단추로 늘 중앙에서 주연으로 산 사람은 근처와 사소함의 소중함을 아는지 의문이다. 자신이 중앙에서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면 근처 사람들의 도움이 컸음을 죽기 전에 깨달았으면 좋겠다. 연두가 변두리에서 한 빛으로 물들여 가듯이 말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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