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가볍게 해주려고
새는 자주 지상을 비웠다
집안을 가볍게 해주려고
아버지는 자주 가족을 비웠다

어느 날 새도 아버지도
제가 비운 곳에 돌아와 죽었다
새는 지상을 베고서
아버지는 가족을 베고서




<감상> 정말 아버지는 집안을 가볍게 해주려는 배려 차원에서 가족을 떠났을까요. 칼에 베이듯이 가족들이 감당할 상처는 깊었을 겁니다. 아버지나 새나 자신이 비운 곳에 와서야 베개처럼 베고서 마지막 안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겁니다. 연어도 수만리 바다를 거쳐 자신이 비운 곳에 돌아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직장인은 퇴직한 후 여행이다 뭐다해서 세계 일주를 해도 자신이 비운 직장을 한 바퀴 돌고 육신을 거두러 갑니다. 살아 있을 때 배려가 깊어야 갈 곳도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할 겁니다. 모천회귀(母川回歸)라는 말이 육해공 생물체에 모두 해당하니 놀랍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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