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소문이 확 퍼졌다. 포항의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는 주부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투기 열풍 이야기다.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 지방 아파트 열 채 안 부럽다”면서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서울 아파트를 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부가 살 만한 포항의 투룸 전세물량이 동이 났을 정도라 한다.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그 어느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를 산지 한 두 달 새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2억 원 가까이 값이 올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대열에 끼지 못한 주부들은 “돈이 돈을 번다”면서 한서린 목소리다. 포항의 부촌 풍경이 이러니 다른 지방 졸부들도 너나 없이 서울 아파트 투기판에 총출동 했다고 봐야 한다. 서울 전체가 투기판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한마디로 “서울 집값이 미쳤다”고 한다.

서울 집값은 크게는 21세기 자본주의사회 불평등과 부조리, 국가적으로는 지방과 수도권 양극화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다. 모든 것이다. 자본은 물론 재정과 교육, 문화가 서울에 집중 돼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 이때다 싶어 지방 부자들이 돈 가방을 싸들고 상경하는 것이 세태다. 부동산 정책을 들쑤셔서 오히려 집값을 다락같이 올려 놓기 때문이다.

8월 초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7억238만 원이라고 한국감정원이 밝혔다. 지방의 깨끗한 아파트 네 다섯 채 값이다. 그런데 부동산 114 자료를 보면 8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8억197만 원이다. 채 한 달도 안되는 새 1억 원이 오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보면서 서울에 아파트가 모자라서 집값이 이렇게 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수요자들도 있겠지만 투기꾼들 때문에 집값이 폭등하는 것이다. 집값 폭등을 부추긴 정부 여당은 그린벨트를 풀자고 하고, 공원을 조성하겠다던 용산에 아파트를 짓자고 야단들이다. 심지어는 잠실경기장과 올림픽공원, 효창운동장을 헐고 아파트를 짓자니 가관이다. 정부는 시장을 못 이긴다. ‘서울 공화국’과 ‘지역 공화국’으로 벌어진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는 한 다수 국민의 박탈감과 소외감도 해결할 수 없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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